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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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 세트와 소품의 미학 영화

흔히 귀신 영화로 알려져 있는 '장화, 홍련'을 보며 저는 스토리나 공포스런 분위기에 크게 주목하며 감상하지 않았습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스포일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영화평도 절대 안보고 아무런 상식 없이 영화를 보았지만 계모와 자매의 대립과 그 사이에 놓인 방관자적 아버지라는 스토리 전개의 결말은 최근의 귀신 영화 추세가 흔히 그렇듯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흘러가더군요. '장화, 홍련'의 오프닝 크레딧에서의 배우들의 이름이 나오는 순서나 오프닝 신에서 결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주목했던 오히려 수연과 수미 자매가 숲속의 집으로 들어선 이후부터 펼쳐진 세트와 소품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세심하고 꼼꼼하게 제작된 세트와 소품 - 심지어 사진 한장 조차도 헛되어 쓰이지 않은 - 의 배치가 내러티브와 배우들의 호연마저 잠식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한국 영화에서 시대물이 아니라면 세트나 소품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나 '하류 인생'처럼 근대를 다룬 작품이거나 아예 더 거슬러 올라가서 '황산벌'이나 '스캔들 - 남녀상열지사'와 같은 사극이 아니면 현대물에서 영화 속 세트나 소품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제작 분위기입니다. 굳이 꼽자면 '올드 보이' 정도가 기억나는 군요. 차라리 소품을 PPL로 활용해 짭잘한 수익을 벌어보겠다며 관객들을 짜증나게 했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같이만 되지 않아도 다행이죠.

주인공 수연으로 분한 임수정은 20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로 인해 동안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잘 활용해 10대 소녀 역할을 맡아 계모인 염정아와 연기 대결을 벌입니다. 좋아하는 여배우가 특별히 없었습니다만 최근 '거기' 광고를 보며 컷 헤어 스타일에 뚱한, 다소 신비스런 이미지의 임수정을 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군요. 진짜 미인은 컷 헤어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여자라죠?

이전까지 영화 배우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염정아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피는 군요. 남편과 남동생 커플 사이에서 혼자 연기를 이끌어야 하는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도 상당하더군요. 이럴 경우 연기력이 달리는 여배우는 금방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뒤에 출연했던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남자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묻히던데 그건 시나리오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요즘 코미디 영화를 촬영하나 본데 시나리오가 기대되지는 않습니다만 염정아의 연기는 기대됩니다. 90년대 초반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홍학표의 두번째 여자 친구로 등장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만 미스 코리아 출신의 흔치 않은 제대로 된 연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제또래 남성 팬이 매우 많은, 젖살이 뽀얀 문근영은 특유의 어벙한 이미지를 잘 살린 것 같지만 언제까지 아역 이미지를 지고 갈 것인지 본인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미인형의 얼굴은 아니니 잘못하다가는 20대 중반을 넘겨서 평일 저녁 일일 드라마의 맡며느리 역으로 고정될 지도 모르는 이미지니까요.(임수정에게는 후한 점수를, 문근영에게는 걱정을, 이건 분명히 편향적이군요.)

정신 없는 카메라 워킹과 액션, 그리고 물량 공세가 주류인 한국 영화에서 소수의 등장 인물과 압축된 대사, 치밀하게 배치된 세트와 소품이 빛나는 연극적인 영화 '장화, 홍련'은 폐소 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미니멀리즘에 충실합니다.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관심 있지만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한번 감상하시기를.

덧글

  • 염맨 2004/07/16 22:16 #

    염정아는 역시 처음 등장할 때가 가장 충격이었어요. 정말 싫은 표정의 자매를 앞에 두고 혼자 하이톤으로 마구 떠들 때. 미치겠더라고요.
  • dony 2004/07/17 11:14 #

    저거 예전에 극장서 볼때..관객 특히 여자관객들이 소리치는 것에 더 놀랐다는..
  • 재롱바라기 2004/11/30 11:00 #

    마지막 반전 역시 무서웠다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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