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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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재미있지만 불온한 영화

예술에 있어 실험적인 형식을 도입하는 것은 내용 이해와 재미를 반감시킬 확률이 높습니다. 영상 예술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면 관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만큼 낯설 수 있으므로 외면당하기 십상입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상업성을 추구하는 장르에서 대중의 외면은 곧 실패로 직결되기 때문에 관습적인 내러티브를 고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X파일에 관한 글을 올리며 한국 드라마의 진부함을 꼬집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24는 24시간 동안 벌이진 일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1시간(광고를 배치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45분)을 1부로 24부가 1시즌으로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형식을 추구한 폭스사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미니시리즈입니다. 이렇듯 형식에 있어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함몰될 경우 막상 극의 재미는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만 24의 극적인 재미는 정말 대단합니다. 24는 중간중간의 암시와 맥거핀(중요한 것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아닌 드라마 속의 요소)이 적절히 혼합되고 매편의 마지막에 일어나는 의외의 반전으로 인해 시청자로 하여금 45분짜리 한편을 다보는데 고작 1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은, 롤러 코스터에 탑승한 듯한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한편의 종결부의 반전이 다음편과 맞물리면서 연속 감상을 하도록 만드는 클리프 행어 식 전개도 돋보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24의 한 시즌을 24시간 내내 연속 방영한 적도 있고 국내에서도 밤을 지새가면서 보고 다음날 직장에 지각을 했다거나 휴일 내내 외출도 하지 않고 한 시즌은 전부 보았다는 분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중독성이 대단하죠.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입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는 바우어 역의 키퍼 서덜랜드와 중후하고 우직한 팔머 역의 데니스 헤이스버트가 두 축을 이루고 킴벌리 바우어 역의 어딘지 좀 어설픈 듯 하지만 그것이 매력인, 터질듯한 몸매를 자랑하는 엘리샤 커스버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니나 마이어스 역의 사라 클라크,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토미 알메이다 역의 카를로스 버나드 등 조연들의 적절한 배치가 어우러져 24 특유의 하드 보일드 분위기가 돋보이도록 하는데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3번째 시즌까지 방영되었는데(저는 3번째 시즌의 12부까지 감상했습니다.) CTU(대테러 대응팀)의 잭 바우어와 대통령에 출마한 흑인 정치인 데이비드 팔머가 주축이 되어 일어나는 24시간 동안의 첩보전과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시즌은 바우어의 가족 납치와 팔머의 대통령 후보 선거전, 2시즌은 핵폭탄을 이용한 테러, 3시즌은 세균 무기를 이용한 테러가 스토리 전개의 주축입니다. 9.11이후 테러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고 내년 초부터 4시즌의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24는 미국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드라마입니다. 비록 내부에 첩자가 있기는 하지만 CTU와 바우어, 팔머는 항상 정확한 판단만을 내립니다. 팔머가 미국의 정치(수뇌, 머리)를 상징한다면 바우어는 미국의 군사력(무력, 힘)을 상징합니다. 바우어가 무리수를 쓰더라도 팔머는 언제나 바우어를 신뢰하며 그에 독자 행동권도 부여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옳다는 듯이 말입니다. 팔머와 바우어의 관계는 마치 부시와 미군부의 관계 같습니다. 비록 24안에서 군수 산업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어용적인 방송을 했던 언론사인 폭스사가 24라는 드라마를 방영해 수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팔머 - 바우어 - 폭스사의 관계는 부시 - 군부 - 군수 산업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1,2시즌의 인기에 고무되어서인지 항상 방어적인 입장에서 출발했던 CTU와 바우어는 3시즌에서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돌변합니다. 테러리스트들의 범죄와 감염된 시체를 위조하고, 멕시코 정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멕시코에 요원과 군부대를 파병해 세균 무기를 막겠다는, 자만심에 가득찬 어처구니 없는 전개가 이루어집니다.

비록 3시즌이 어떤 방식의 결말을 맞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바우어는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세균 무기를 발본 색원할테고 팔머는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지요. 그래야 4시즌이 이어질테니까요. 그런데 도대체 24시간 동안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걸까요?

덧글

  • 마르스 2004/07/14 22:01 #

    미국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은 그리 받지 않았어요. 그냥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리고, 팔머는...(더이상은 말씀 못드리겠군요. 끝까지 보시면 알게 되실 거에요).
  • dony 2004/07/17 11:16 #

    3시즌은 언제 보긴봐야할텐데..한번 보면 한번에 끝까지 볼 것 같아서 아직 시도도 못하고 있습니다. ^^"
  • Jigsaw 2005/07/05 16:54 # 삭제

    에....역시,지금 현실관 너무나도 달라서 갑갑한 나머지 "정말 이랬으면 더 없이 좋을텐데.." 하고서 만든건 또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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