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 낙천적이고 신비스런 외계인과의 만남
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마이너리티 리포트 - SF 스릴러의 허울을 쓴 감상적 가족 영화
줄거리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은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의 기대를 사정 없이 저버리는 작품입니다. 아내 메리(미란다 오토 분)와 이혼 당해 아이들과 가끔 만나는 신세로 전락한 형편없는 가장 레이 페이에 역의 탐 크루즈는 ‘라스트 사무라이’나 ‘미션 임파서블’에서 그랬듯 여유 넘치는 미소를 띄우며 영웅적으로 악당을 물리치지 못합니다. 그는 딸 레이첼(다코다 패닝 분)을 지키기 위해 영화 내내 도망쳐 다니며 침략자들과 싸우겠다는 아들 로비(저스틴 챗윈 분)를 말리기에 급급합니다. 따라서 ‘우주전쟁’은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투모로우’에 가까운 재난 영화입니다. 원작을 모른 채 외계인을 화끈히 물리치는 영웅 탐 크루즈의 활약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소설가 H.G. 웰스의 원작 소설을 라디오 방송으로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의 의도에 스필버그는 충실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과 의지하고 있는 첨단 문명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이은 끔찍스런 침략은 9.11을 경험한 미국인들이 무의식에 숨겨둔 테러에 관한 극도의 공포심을 자아내도록 어마어마한 스펙타클과 사운드로 포장됩니다.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족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미국식 가족주의가 여전하다고 보기에는, 그리고 12세 관람가라고 가벼운 어린이용 SF 영화를 예상했다면, 이를 배신하는, 어지간한 호러 영화를 능가하는 잔혹함과 공포는 ‘우주전쟁’을 통해 스필버그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존의 고정 관념을 타파하기에 충분합니다. '미지와의 조우'와 'ET'의 우호적인 외계인을 묘사한 스필버그는 잊고 '우주전쟁'을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계인 침략으로 인한 아비규환의 지옥도는 이 영화를 미성년자에게 보여줘도 온당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오손 웰스의 라디오 방송의 의도뿐만 아니라 H.G. 웰스의 원작 소설에도 충실한 결말은 어릴 적 책으로 접했던 ‘우주전쟁’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만일 오프닝과 엔딩에서의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이 사족과 같이 느껴졌다면 원작 소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우주전쟁’에도 내러티브 상의 허점이 있습니다. 모든 통신이 두절되었는데도 할란 오길비(팀 로빈스 분)의 ‘일본에서 외계인을 물리쳤다’는 대사나 결말부에서의 로비의 행방 등은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원작 소설 없이는 영화를 결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상영 첫주는 페이스가 좋지만 둘째 주 이후 부터 우리나라의 박스 오피스에서 힘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결말이 용두사미라 하더라도 스펙타클과 사운드 만큼은 명불허전이며 외계인의 침략에 사용되는 세발 달린 트라이포드의 무시무시한 위용은 스필버그의 작품치고는 짧은 러닝 타임인 116분을 더욱 짧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스필버그가 특수 효과뿐만 아니라 연출면에서도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뉴욕을 떠나는 레이와 두 아이들이 탑승한 밴과 그들의 대화를 롱 테이크로 잡아내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에 깔리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의 초반부 스피더 추격전의 테마와 비슷하다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마이너리티 리포트 - SF 스릴러의 허울을 쓴 감상적 가족 영화

그러나 영국의 소설가 H.G. 웰스의 원작 소설을 라디오 방송으로 만들어 미국인들에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의 의도에 스필버그는 충실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과 의지하고 있는 첨단 문명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이은 끔찍스런 침략은 9.11을 경험한 미국인들이 무의식에 숨겨둔 테러에 관한 극도의 공포심을 자아내도록 어마어마한 스펙타클과 사운드로 포장됩니다.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족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미국식 가족주의가 여전하다고 보기에는, 그리고 12세 관람가라고 가벼운 어린이용 SF 영화를 예상했다면, 이를 배신하는, 어지간한 호러 영화를 능가하는 잔혹함과 공포는 ‘우주전쟁’을 통해 스필버그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존의 고정 관념을 타파하기에 충분합니다. '미지와의 조우'와 'ET'의 우호적인 외계인을 묘사한 스필버그는 잊고 '우주전쟁'을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계인 침략으로 인한 아비규환의 지옥도는 이 영화를 미성년자에게 보여줘도 온당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오손 웰스의 라디오 방송의 의도뿐만 아니라 H.G. 웰스의 원작 소설에도 충실한 결말은 어릴 적 책으로 접했던 ‘우주전쟁’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만일 오프닝과 엔딩에서의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이 사족과 같이 느껴졌다면 원작 소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우주전쟁’에도 내러티브 상의 허점이 있습니다. 모든 통신이 두절되었는데도 할란 오길비(팀 로빈스 분)의 ‘일본에서 외계인을 물리쳤다’는 대사나 결말부에서의 로비의 행방 등은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원작 소설 없이는 영화를 결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상영 첫주는 페이스가 좋지만 둘째 주 이후 부터 우리나라의 박스 오피스에서 힘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결말이 용두사미라 하더라도 스펙타클과 사운드 만큼은 명불허전이며 외계인의 침략에 사용되는 세발 달린 트라이포드의 무시무시한 위용은 스필버그의 작품치고는 짧은 러닝 타임인 116분을 더욱 짧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스필버그가 특수 효과뿐만 아니라 연출면에서도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뉴욕을 떠나는 레이와 두 아이들이 탑승한 밴과 그들의 대화를 롱 테이크로 잡아내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에 깔리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의 초반부 스피더 추격전의 테마와 비슷하다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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