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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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 어울리지 않는 하루키의 변화

스푸트니크의 연인 - 실망스런 하루키의 동어 반복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어둠의 저편’은 모델로 일하는 아름다운 언니 에리와 겉모습에 무신경하지만 지적인 동생 마리를 둘러싼 하룻밤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처럼 본격적인 ‘총합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의 의도가 반영되어서인지 ‘어둠의 저편’에는 에리와 마리 이외에도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태엽 감는 새’ 이후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그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어둠의 저편’에서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소설치고는 드물게 ‘나’라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이후 청춘 4부작이 항상 ‘나’라는 이름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변화 시도는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시점의 변화에서 ‘우리’라는 단어는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마치 신소설이나 이광수의 ‘무정’과 같은 초기 현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라는 시점은 독자가 현실로부터 한 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하루키 특유의 스타일과의 결별을 의미하기에 당혹스럽습니다. 그가 ‘참여’를 선언한 이래 ‘언더그라운드’나 시드니 올림픽 르포집을 집필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소설에서까지 특유의 매력이었던 쿨한 시선을 버린 점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게다가 등장 인물들도 모두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물들입니다. 예쁜 겉모습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지만 내면은 곪아들어가는 에리는 ‘댄스 댄스 댄스’의 일류 탤런트이지만 콜걸을 살해한 ‘나’의 고교 동창 고탄다를, 겉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마리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스미레를, 음악을 좋아하며 부모와 거리감을 두고 도시에서 외롭게 지내는 성실한 청년 다카하시는 ‘노르웨이의 숲’의 ‘나’ = 와타나베를, 샐러리맨으로 겉으로는 멀쩡한 인물이지만 중국인 창녀를 구타한 새디스트 시라가와는 ‘태엽 감는 새’의 와타야 노보루를, 에리에게 인생의 비밀스런 좌절담을 들려준 고오로기는 ‘노르웨이의 숲’의 레이코 여사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마리와 다카사히의 열린 결말은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유사합니다. 그가 시점과 서사구조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행하고 있지만 등장 인물은 전작들과 그다지 변화가 없습니다.

하루키가 나이를 먹으며 현실 참여와 깊이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초기 작품 세계가 지녔던 하루키만의 독특함은 점점 사라져가고 그저 평범한 작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가 추구해야 하는 세계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아니라 쿨하고 발랄한 그 자신만의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나 봅니다.

덧글

  • 에우 2005/10/04 14:06 #

    제 친구왈- 하루끼의 문학성이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진 작품이라고...평하더군요
    모 제생각도 그리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 디제 2005/10/05 01:11 #

    에우님/ 최근의 하루키는 정말 평범한 작가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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