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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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 초호화 캐스팅의 짜릿한 블록버스터 영화

‘메멘토’의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의 다섯 번째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 때 다들 ‘인썸니아’의 흥행 실패가 원인이 되었을 거라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의 감독을 맡았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엑스맨’도 비교적 성공한 작품이었지만 브라이언 싱어가 아까운 곳에 재능을 낭비한다는 평도 개봉 이후에 여전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배트맨 비긴즈’를 본 후의 감상은, 아,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발 계속 배트맨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과거 네 편의 배트맨 시리즈가 브루스 웨인이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는지에 관한 과정은 생략한 채 적과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면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의 성장 과정을 야심차게 묘사합니다. 거부(巨富)인 부모의 죽음에서,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자가 아닌 브루스 웨인이 어떻게 고난이도의 ‘배트 액션’을 선보이게 되었는지 대단히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면과 배트 슈트, 표창과 와이어, 손목의 보호대에 이르기까지 온몸이 무기인 배트맨이 어떻게 이러한 무기를 제작하고 몸에 익히게 되었는지 자세히 묘사됩니다. 만화적 이미지의 곡선적인 배트맨의 박쥐 모양 로고도 금속성의 직선적인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DC 코믹스의 원작 만화는 보지 못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의 영웅이자 자본주의의 돈 냄새 물씬 풍기는 재벌 배트맨의 정신 세계와 무술이 실은 모두 동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과거 네 편의 영화에서는 현실 세계와 유리된 듯한 공간이었던 고담 시였지만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고담 시 이외의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가 공간적 배경으로 제시되는 점 또한 이채롭습니다. 특히 이전의 영화들에서 매끈하기만 했던 배트 모빌은 터프한 장갑차의 수준으로 거듭나 사실성을 배가시킵니다. 한스 짐머 등이 참여한 웅장한 배경 음악은 액션 장면에서 마구 아드레날린을 뿜어 올립니다.

그렇다고 특수효과의 볼거리에만 치중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조연들의 면면이 너무나도 화려해 팜플렛의 소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모건 프리먼, 리암 니슨, 게리 올드만, 와타나베 켄, 루트거 하우어, 킬리안 머피에 이르는 조연급은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폭스 역의 모건 프리먼에게는 ‘쇼생크 탈출’과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관조적인 조언자의 이미지가, 듀카드 역의 리암 니슨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콰이곤 진과 ‘킹덤 오브 헤븐’의 고프리와 같은 스승의 이미지가, 라스 알굴 역의 와타나베 켄은 신비스런 선문답을 주고 받는 카츠모토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레옹’에서 잔혹한 약물 중독 형사 스탠스필드였던 게리 올드만은 범생 형사 고든으로, ‘28일 후’에서는 올곧은 청년 짐이었던 킬리안 머피는 속을 알 수 없는 의사 크레인으로, ‘블레이드 러너’에서 반항적인 사이보그 로이였던 루트거 하우어는 웨인 그룹을 집어 삼키려는 교활한 중역 얼로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켜 등장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조연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트맨 비긴즈'는 즐겁습니다. 탐 크루즈의 연인으로 더 유명한 케이티 홈즈가 브루스 웨인 역의 크리스찬 베일과 옥의 티처럼 잘 어울리지 않아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타이틀 롤을 담당한 크리스찬 베일의 캐스팅은 더 할 나위 없이 적역이었습니다. 이전까지의 배트맨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배트맨’과 ‘배트맨2’의 마이클 키튼보다 훨씬 더 배트맨 다웠습니다.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심각한 이미지에 날씬한 체형과 강인한 턱은 바로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빛낸 것은 특수 효과도 배우도 아니었습니다. 브루스 웨인의 고뇌와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최종 보스를 끝까지 숨긴,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탄탄한 시나리오가 작품을 빛낸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브루스 웨인의 성장과 배트맨의 활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140분의 다소 긴 러팅 타임이 필요했지만 초반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고담 시를 구한 배트맨에게는 모든 팬들이 기다리는 숙적 ‘그’와의 대결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루머에 따르면 ‘그’의 캐스팅에는 마크 해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데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덧글

  • 계란소년 2005/06/27 08:54 #

    하지만 악당은 확실하게 실패한 것 같습니다. 배트맨 같지 않아요.
  • 니야 2005/06/27 09:59 #

    마크 해밀이 조커역을 맡기로 했다는군요. 토요일에 보고와서는 흥분했습니다.
  • Yuius 2005/06/27 10:31 #

    우와..마크 해밀님이라니..2편 너무 기대되요..
    전 배트맨 다시 한번 보려고 지금 메가박스 앞에서 기다리는중 -ㅅ-;
  • anakin 2005/06/27 11:01 #

    인썸니아,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저는 꽤나 괜찮게 봤죠. 놀란 감독의 능력은 확실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루트거 하우어가 로이였단 말입니까;; (상상도 못했어요)
    그리고 마크 해밀을 다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이지 기대됩니다. ^^
  • shyuna 2005/06/27 11:13 #

    이제까지 배트맨 시리즈는 본 것이 없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때문에 보기로 마음을 먹었었죠.. 원래 히어로물 안 좋아하는데.. 엑스맨도, 배트맨도 매번 이렇게 접하게 되지 뭐에요..
  • 아마란스 2005/06/27 12:03 #

    그 분의 새로운 강림에 얼씨구나 둥기둥가(...)했었습니다.
    이왕이면 닥터 스캐어크로우도 나와줬으면 합니다.
    그 분과 닥터 스캐어크로우의 악당페어면 왠지 재밌을것 같아요.
  • Fermata 2005/06/27 13:03 #

    저랑은 많이 다르게 보신 것 같네요. 포스팅 하고나서 밸리를 둘러보니 비긴즈 호응이 꽤 좋더라고요.
    근데 전 역시 웅장한 한스 짐머의 음악도 별로였거든요.
    팀버튼과 대니앨프먼을 너무 좋아해서일까요.
    이 영화는 작품성이나 다른 이유보다 취향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 마리 2005/06/27 15:08 #

    너무 즐겁게 봤습니다.^^
    본지 오래 되어서 비교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팀버튼 감독 작품 보다도 더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 잠본이 2005/06/27 17:16 #

    크레인은 변호사가 아니라 정신분석의입니다. (법정에는 증인 자격으로 나왔죠. 결국 하는 짓은 악덕변호사와 비스무리하지만;;)
  • LINK 2005/06/27 19:03 #

    ^^ 잘 읽었습니당. 트랙백신고합니다
  • THX1138 2005/06/27 21:05 #

    아직 안봤는데 보고싶군요
  • TROWA 2005/06/27 21:31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링크해도 괜찮겠지요?
  • 디제 2005/06/28 17:13 #

    계란소년님/ 만화적이기보다는 사실적인 악당이라 마음에 안드셨던 듯... 저는 더 좋던데요. 리얼해서요.
    니야님/ 망가진 마크 해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Yuuis님/ 저도 조만간 한번 더 볼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았거든요.
    anakin님/ 루트거 하우어도 퍽 오랫만이었죠.
    shyuna님/ 중국에서 개봉 중인가요?
    아마란스님/ 음, 저는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못봐서 모르겠지만 왠지 배트맨의 숙적하면 조커가 떠오르는군요.
    Fermata님/ 팀 버튼의 배트맨은 1편보다 캣우먼과 펭귄맨이 나오는 2편이 더 좋더군요.
    마리님/ 저도 팀 버튼의 배트맨보다 더 즐거웠습니다.
    잠본이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LINK님/ 트랙백 환영합니다.
    THX1138님/ THX1138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TROWA님/ 링크 환영합니다. 자주 놀러오십시오.
  • shyuna 2005/06/29 12:44 #

    중국에서는 공안이 나오는 장면이 삭제된 채로 상영된다고 하더군요..
    지난 주에 나가봤을 땐 포스터는 못 봤는데..이제 곧 개봉할 것 같아요
  • 디제 2005/06/29 21:47 #

    shyuna님/ 역시 중국은 문화 생활에 많은 장벽이 있군요.
  • Hana 2005/06/29 22:03 #

    듣리는 소문이 다 좋은 것들 뿐이군요.
    꼭 한번 봐야하는데 말입니다. 언제나 보게 될런지..
  • 디제 2005/07/01 01:49 #

    Hana님/ :)
  • shyuna 2005/07/11 01:10 #

    뒤늦게 영화 감상하고 트랙백 남겼습니다.
    짐작은 하고 있는데 어느 장면이 잘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 디제 2005/07/11 02:49 #

    shyuna님/ 요즘 볼 영화가 밀리긴 했지만 내려가기 전에 한번더 보고 싶군요.
  • Ritsuko 2005/08/23 15:08 #

    프랭크 밀러가 쓴 배트맨에 가장 근접했던 영화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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