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름신 강림('에이리언' 4부작 dvd 박스셋 오픈 케이스)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에이리언2 - 모성과 모성의 불꽃튀는 대결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 너무 짧은 롤러 코스터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본 리뷰에는 '에이리언3'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이리언3'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먼저 감상하시고 리뷰를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LV-426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와 힉스, 뉴트, 안드로이드 비숍을 태운 우주선은 갑작스런 화재로 남자들만의 죄수 행성에 구명선을 불시착시킵니다. 하지만 리플리를 제외한 나머지 승무원은 모두 죽고 생존한 리플리는 에이리언의 존재를 강하게 의심합니다.
개척 당시의 죄수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를 연상케 하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리플리는 모성을 상실합니다. ‘에이리언2’에서 딸처럼 아꼈던 뉴트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리플리는 머리를 깨끗이 삭발하며 외면적인 여성성도 포기합니다. 지저분하고 헐렁한 카키색 옷차림의 리플리에게서 ‘에이리언’ 종반부의 아슬아슬한 속옷 차림을 연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렵사리 ‘에이리언2’에서 살아남았던 뉴트와 힉스의 죽음으로 시작하며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데이빗 핀처 특유의 암울함으로 시작한 ‘에리이언3’에서는 놀랍게도 우주를 떠돌며 몇 십년 동안 성욕을 해소하지 못한 리플리에게 섹스의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리플리의 섹스 신에는 에로틱한 베드 신은커녕 키스 신조차 없습니다. 머리를 삭발한 리플리는 이미 여성성이 거세된 중성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리플리와 유일하게 섹스한 클레멘스(찰스 댄스 분)에게 주어지는 관계 직후의 참혹한 죽음은 AIDS(와 섹스)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것입니다.
중반부 체스트 버스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리플리가 에이리언과 기묘한 심리적 유대를 갖는 부분은 에이리언을 그저 잔인하고 야만적인 괴물로 취급했던 1, 2편과는 분명 다른 설정입니다. 아무렇게나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동족을 임신한 숙주는 죽이지 않는다는 설정은 에이리언에게서 인간성을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에이리언이 클레멘스를 죽일 때에도 리플리는 죽이지 않았던 것인데 리플리 바로 옆까지 와서 입 속의 입을 내미는 장면은 ‘에이리언3’를 대표하는 명장면입니다.
에이리언이 좁은 복도에서 죄수들과 쫓고 쫓기는 스피디한 추격전을 벌이는 부분은 핸드헬드로 촬영된 교과서적인 장면입니다. 뮤직 비디오로 경력을 쌓다가 전설적인 SF 시리즈의 감독이 되어 장편 영화 데뷔작을 감독하게 된 데이빗 핀처가 단지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명성을 드높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사상 최초로 에이리언의 시각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는 장면이기도 한데 결국 에이리언을 임신한 리플리와 에이리언의 묘한 심리적 유대가 맞물리며 에이리언도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철학적 질문마저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잔인한 살육을 일삼지만 동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인간이나 에이리언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제철소 벽에 커다랗게 씌어 있는 ‘鉄’(철)자나 일본어로 된 매뉴얼, 그리고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회사의 직원은 일본인을 연상케 하는 동양계입니다. 에이리언을 생물학 무기의 대상, 즉 돈 되는 상품쯤으로 여기는 회사가 일본계 회사임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주 어디에나, 심지어 죄수 행성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죽음의 자본의 힘은 무서우리만치 에이리언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동족을 보존하는 에이리언보다 동족의 몸을 숙주로 삼는 에이리언에 집착하는 회사가 더 강력한 악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몸 속에 체스트 버스터를 잉태한 리플리는 고통스런 출산의 순간, 스스로 용광로 속의 뛰어듭니다. ‘터미네이터2’와 비슷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에이리언3’쪽이 보다 비장하며 종교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묵시록적 장면입니다. 아마도 데이빗 핀처는 ‘에이리언3’를 통해 리플리의 역마살 인생과 만득이 귀신과 같은 에이리언의 숨바꼭질을 끝장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플리는 영원히 잠들지 못하고 에이리언 역시 다시 인간들을 괴롭히게 됩니다. 왜냐구요? ‘Ripley, Replay!’ 이니까 말입니다.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에이리언2 - 모성과 모성의 불꽃튀는 대결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 너무 짧은 롤러 코스터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본 리뷰에는 '에이리언3'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이리언3'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먼저 감상하시고 리뷰를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개척 당시의 죄수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를 연상케 하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리플리는 모성을 상실합니다. ‘에이리언2’에서 딸처럼 아꼈던 뉴트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리플리는 머리를 깨끗이 삭발하며 외면적인 여성성도 포기합니다. 지저분하고 헐렁한 카키색 옷차림의 리플리에게서 ‘에이리언’ 종반부의 아슬아슬한 속옷 차림을 연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렵사리 ‘에이리언2’에서 살아남았던 뉴트와 힉스의 죽음으로 시작하며 전작들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데이빗 핀처 특유의 암울함으로 시작한 ‘에리이언3’에서는 놀랍게도 우주를 떠돌며 몇 십년 동안 성욕을 해소하지 못한 리플리에게 섹스의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리플리의 섹스 신에는 에로틱한 베드 신은커녕 키스 신조차 없습니다. 머리를 삭발한 리플리는 이미 여성성이 거세된 중성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리플리와 유일하게 섹스한 클레멘스(찰스 댄스 분)에게 주어지는 관계 직후의 참혹한 죽음은 AIDS(와 섹스)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것입니다.
중반부 체스트 버스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리플리가 에이리언과 기묘한 심리적 유대를 갖는 부분은 에이리언을 그저 잔인하고 야만적인 괴물로 취급했던 1, 2편과는 분명 다른 설정입니다. 아무렇게나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동족을 임신한 숙주는 죽이지 않는다는 설정은 에이리언에게서 인간성을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에이리언이 클레멘스를 죽일 때에도 리플리는 죽이지 않았던 것인데 리플리 바로 옆까지 와서 입 속의 입을 내미는 장면은 ‘에이리언3’를 대표하는 명장면입니다.
에이리언이 좁은 복도에서 죄수들과 쫓고 쫓기는 스피디한 추격전을 벌이는 부분은 핸드헬드로 촬영된 교과서적인 장면입니다. 뮤직 비디오로 경력을 쌓다가 전설적인 SF 시리즈의 감독이 되어 장편 영화 데뷔작을 감독하게 된 데이빗 핀처가 단지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명성을 드높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사상 최초로 에이리언의 시각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는 장면이기도 한데 결국 에이리언을 임신한 리플리와 에이리언의 묘한 심리적 유대가 맞물리며 에이리언도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철학적 질문마저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잔인한 살육을 일삼지만 동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인간이나 에이리언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제철소 벽에 커다랗게 씌어 있는 ‘鉄’(철)자나 일본어로 된 매뉴얼, 그리고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회사의 직원은 일본인을 연상케 하는 동양계입니다. 에이리언을 생물학 무기의 대상, 즉 돈 되는 상품쯤으로 여기는 회사가 일본계 회사임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주 어디에나, 심지어 죄수 행성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죽음의 자본의 힘은 무서우리만치 에이리언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동족을 보존하는 에이리언보다 동족의 몸을 숙주로 삼는 에이리언에 집착하는 회사가 더 강력한 악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몸 속에 체스트 버스터를 잉태한 리플리는 고통스런 출산의 순간, 스스로 용광로 속의 뛰어듭니다. ‘터미네이터2’와 비슷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에이리언3’쪽이 보다 비장하며 종교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묵시록적 장면입니다. 아마도 데이빗 핀처는 ‘에이리언3’를 통해 리플리의 역마살 인생과 만득이 귀신과 같은 에이리언의 숨바꼭질을 끝장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플리는 영원히 잠들지 못하고 에이리언 역시 다시 인간들을 괴롭히게 됩니다. 왜냐구요? ‘Ripley, Replay!’ 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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