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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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작품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는 바로 톡톡 튀는 대사에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드라마 작가 중에서 가장 튀는 대사를 자랑하는 김수현에 못지 않다는 것이죠. 이렇게 부각된 대사는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며 그들 사이의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7년만에 만난 샤아를 바라보며 ‘왜 지구권에 돌아왔지?’라고 중얼거린 후 샤아가 아무로 앞에 서자 ‘왜 지구권에 돌아왔느냐’고 직접 묻습니다. 샤아는 ‘자네를 비웃으러 왔다’라고 일갈합니다. 무기력에 빠진 아무로를 자극하는 대사입니다. 하지만 아무로는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왜 지구권에 돌아왔나’. 샤아는 답합니다. ‘라라의 영혼은 지구권을 표류하고 있다’라며 아무로를 힐난합니다. 이제는 완전히 어른이 된 두 사내의 불꽃튀는 대결은 몇 마디의 문답으로 멋지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의식하는 카미유와의 첫 대화가 허망하게 끝난 것이 비하면 샤아와의 대화는 더욱 빛이 납니다. 샤워하러 들어가는 아무로의 등 뒤에 ‘Mk-Ⅱ가 만들어져서 싫은 겁니까?’는 우스꽝스런 카츠의 대사는 양념입니다.

제14화에서 대사가 거의 없어서 성격을 알 수 없었던 로자미아는 하늘이 떨어진다는 공포증을 바탕으로 강화된 강화 인간입니다. 1년전쟁 당시 브리티쉬 작전의 일환으로 실행된 콜로니 낙하의 공포를 여전히 떨치지 못한 것이죠. (의외로 브랑은 ‘에우고는 지구의 오염에 반대하니 하늘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솔직하게 말해줍니다. 로자미아의 공포심을 자극하여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의외입니다.) 하지만 벨토치카 또한 같은 이유로 카라바에 가담했습니다. 4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9.11 테러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상처와 공포로 남아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토미노 감독은 ‘기동전사 Z건담’을 떠올렸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오타쿠를 연상케 하는 폐인 같은 아무로가 제14화의 전반부를 칙칙하게 이끌었다면 발랄한 벨토치카의 등장 이후 분위기는 반전합니다. 카츠에게는 ‘나이스 키드’, 크와트로에게는 ‘전쟁 없이 살 수 없는 사람’ 이라는 직선적인 언급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그녀의 솔직발랄함은 아무로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아무로를 이해하고 어루만지려는 시선은 건담 팬들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TV판에서는 작화 감독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돋보이게 만든 도톰한 붉은 입술과 금발의 섹시한 벨토치카가 ‘기동전사 Z건담 - 연인들’(이하 ‘연인들’)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갸프량이 단기로 아우도무라를 추격하자 카츠는 건담 Mk-Ⅱ로 무단 출격합니다. 이후 셀 수 없이 무단 출격을 반복하는 카츠인데 제15화가 시발점입니다. 카츠의 건담 Mk-Ⅱ와 로자미아의 갸프랑이 교전을 벌이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라는 설정도 재미있습니다. 1년전쟁의 여파인지 금문교는 파괴된 상태인데 여기서 갸프랑은 백식, 릭 디아스, 건담 Mk-Ⅱ의 합동 공격으로 어이 없이 격추됩니다. 하지만 TV판의 내용이 상당 부분 압축될 ‘연인들’에서는 카츠의 무단 출격이 그대로 나올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갸프랑이 격추되는 장면은 다른 플롯으로 전개될 지도 모릅니다. 갸프랑과 앗시마가 아무로가 부활하는 하나의 전투에서 모두 격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덧글

  • FAZZ 2005/06/13 16:18 #

    1년전쟁당시 카츠는 말수적은 조용한 아이였는데 제타건담때는 180도 달라졌지요. 사춘기가 이런것이다라는 걸 가장 잘 보여준 캐릭터가 아닐련지 ^-^
  • 계란소년 2005/06/13 17:05 #

    카츠는 카미유를 능가하는 질풍노도라서 보는 사람으로선 참 짜증이 납니다.
  • 봉만 2005/06/13 20:55 #

    아무로와 샤아의 해후 시기는 소설과 애니가 거의 동일하게 대사 및 스토리가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애니의 경우 벨트치카란 인물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기에는 약간 템포가 빨랐던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 디제 2005/06/14 11:53 #

    FAZZ님/ 인간의 성격은 변하기 마련이죠.
    계란소년님/ 그 덕분에 카츠는 스로 죽음을 재촉하게 되죠.
    봉만님/ 소설에는 벨토치카가 미국인이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금발의 직선적인 아가씨를 만들기 위해 아무로와의 로맨스가 속도가 빨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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