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필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극일기’는 개봉 전부터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극지인 남극을 배경으로 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로케이션을 했을 뿐 아니라 송강호와 유지태가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외에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관람 이후에 얻은 결론은 그저 단순한 남극판 호러 영화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링’이나 ‘주온’류의 일본의 놀래키기 공포 영화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범작이라는 것입니다.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 시켜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블레어 윗치'에서 이미 본 것입니다.
‘남극일기’의 공포는 매우 얄팍하며 비현실적입니다. 순간순간 놀래키는 장면들이 초반부에는 공포심을 자아내지만 중반부 이후 이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짜증스러울 뿐입니다. ‘주온’이나 ‘링’의 공포가 우리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곳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면(이를테면 침대 속이나 TV), '남극일기‘의 배경이 되는 남극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쉽지 않아 비현실적일 뿐입니다. 대원들이 악령과 같은 존재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맞지만 악령의 근원이 영국의 탐험대인지 최도형의 가족사에 얽힌 것인지도 불분명하며 아무런 관련 없이 이 둘은 따로 놀 뿐입니다.
게다가 남극 탐험을 준비했다는 6명의 등장 인물 중에서 책자 남극일기의 주인공들이었던 영국의 탐험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남극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렵다는 지점에 간다는 대원들이 과거의 탐험 사례를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도 어이없는 일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크레바스(눈에 덮여진 잘 보이지 않지만 빠지기 쉬운 구덩이)처럼 구멍난 시나리오를 감추기 위해 얄팍한 공포(놀래키기)를 동원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극한의 상황에서 지친 등장 인물들이라 하더라도 종반부의 송강호와 유지태의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가 고작 저 정도의 영화에 출연해 추운 곳에서 고생하며 촬영했다는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특수 효과와 희귀한 배경이 영화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영화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시나리오라는 것을 초보 장편 영화 감독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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