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영화

본 리뷰에는 '세븐'과 '유주얼 서스펙트'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븐'과 '유주얼 서스펙트'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먼저 감상하시고 리뷰를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탐식, 탐욕, 나태, 교만, 정욕, 분노, 시기. 단테의 신곡에 명시된 일곱 가지의 죄악을 바탕으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퇴직을 일주일 앞둔 서머셋(모건 프리먼 분)과 새로 배치된 밀즈(브래드 피트)가 수사를 맡게 됩니다. 남편을 따라 도시로 이사 온 밀즈의 아내 트레이시(기네스 팰트로 분)는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을 서머셋에게 털어 놓습니다.

데이빗 핀처의 걸작 스릴러 ‘세븐’은 ‘별자리 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연쇄 살인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에이리언 3’로 범상치 않은 데뷔를 한 데이빗 핀처의 작품답게 ‘세븐’은 스릴러의 패턴과 상당한 차별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선 범인의 살해 장면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공포와 스릴을 유발하는 살해 장면은 고스란히 생략된 채 살인이 벌어진 이후 참혹한 유기 과정을 거친 시체만 바라봐야 하는 서머셋과 밀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 헤매는 두 형사 앞에 범인은 제 발로 나타납니다. 형사가 범인을 잡는 스릴러의 패턴과는 거리가 먼 방식입니다. 하지만 두 형사의 패배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유일한 살인 장면은 살인은 해서는 안되는 형사 밀즈의 몫이 되고 그의 행위는 살인범 존 도우(John Doe ; 우리말로 번역하면 ‘홍길동’ 혹은 ‘아무개’ 쯤 되는 익명을 상징함. 케빈 스페이시 분)의 연쇄 살인을 완성시켜주는 꼴 밖에 되지 못합니다. 밀즈와 서머셋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 도우의 손에서 놀아난 것입니다.

영화는 철저히 비관적입니다. 정신적 불륜처럼 느껴지는 트레이시의 임신 고백은 찜찜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는 부적절한 세상이라는 서머셋의 조언은 암울합니다. 개와 노는 것을 즐기며, 다혈질이며, 부동산 업자에게 속아서 지하철 진동으로 흔들리는 집을 얻은, 영화 속에서 가장 순진한 등장 인물인 밀즈에게 가장 가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한 우울합니다. 트레이시의 목을 잘랐다는 끔찍한 존 도우의 고백에 단 한 프레임 들어간 그녀의 얼굴 클로즈업(절대 목이 잘린 얼굴은 아니지만)은 감독의 장난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섬뜩합니다. (데이빗 핀처의 이런 장난은 ‘파이트 클럽’에서는 여러 차례 사용됩니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섬뜩하기 보다는 영화의 단서나 유머 감각의 일환으로 쓰였습니다.) ‘세븐’ 의 진범(眞犯)은 존 도우가 아니라 끈적끈적하고 너저분한 도시입니다.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실버 리텐션 기법을 사용한 도시는 빛이 바래 지저분하며 해가 뜬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장대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마지막 살인이자 관객에게 보여지는 유일한 살인은 해맑은 날에 일어납니다.) 서로가 무관심하며 살인을 방조하는 도시와 그에 속한 사람들은 연쇄 살인에서 윤리적으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관객조차 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정도로 비관적입니다. (‘나비 효과’에서도 에반(에쉬톤 커쳐 분)의 여자 친구 켈리(에이미 스마트 분)가 극장에서 ‘세븐’을 관람하다 뛰쳐나오고 맙니다.) 이처럼 비관적인 분위기 탓에 도서관 장면에서 귀족적이고 우아하게 들려야 할 ‘G선상의 아리아’조차 끔찍한 살인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예언처럼 들립니다. 하워드 쇼어의 음악은 공포와 긴장을 극대화시키며 관객을 위협합니다.

‘세븐’에도 나름대로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서머셋이 FBI 요원을 통해 도서관 대출자의 이름으로 범인을 찾아낸다는 것은 이전까지의 추리 과정을 헛수고로 돌립니다. 존 도우와 밀즈, 서머셋이 경찰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지나치게 길게 편집되어 지루합니다. 하지만 극도로 암울한 영상과 파멸적이고 엽기적인 연쇄 살인으로 인해 이런 단점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출연시간도 짧고 오프닝 크레딧에는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존 도우 역의 케빈 스페이시의 카리스마는 대단합니다. 같은 해 개봉된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도 역시 공교롭게도 다리를 저는 범인으로 등장했던 그가 얼마나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장하고 있는 배우인지 ‘세븐’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모건 프리먼의 연기는 언제나 비슷하지만 그래도 차분하고 매력적이며 지금은 헤어진 프래드 피트와 기네스 팰트로의 좋았던 시절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기 엄마가 된 기네스 팰트로이지만 ‘위대한 유산’과 함께 ‘세븐’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팬으로서 단언하고 싶습니다.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기네스 팰트로, 케빈 스페이시, 이 네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초호화 캐스팅 영화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작인 데이빗 핀처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별자리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조디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븐’의 시나리오에 영감을 제공한 사건을 다시 영화화하는 셈인데 ‘세븐’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6월 초에 드디어 할인으로 풀리는 ‘에이리언’ 쿼드롤로지 박스 셋에서 저주받은 그의 데뷔작 ‘에이리언 3’를 다시 감상하는 것이 먼저가 되겠군요.

덧글

  • iCraz 2005/05/20 06:03 #

    극장에서 친구들과 세븐을 보고 나온 후에 밥을 못먹었었습니다. 그땐 그정도로 충격적인 영화였었지요. 어둡고 축축하고 야릇한 냄새가 날듯한 색감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군요.
  • yasujiro 2005/05/20 17:38 #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실버 리텐션 기법은 잘 모르겠군요.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디제 2005/05/20 18:10 #

    iCraz님/ 잔인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하게 만들죠. 저는 그런 축축하고 너저분해 보이는 영상이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yasujoro님/ ‘실버 리텐션’(Silver Retention)은 영어풀이 그대로 ‘은을 남기는’ 현상법입니다. 즉 필름현상과정에서 색소에 붙어 있는 은 입자를 씻어내지 않고 남기면 명암의 차가 커져 밝은 부분은 더 밝아지고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두워지면서 콘트라스트 강한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 이라고 하는 군요. ^^
  • yasujiro 2005/05/20 23:30 #

    친절한 설명 캄사합니다.
  • 다마네기 2005/05/21 02:42 #

    전 [쎄븐] 을 안타깝게도 TV로 봤지 뭡니까!
    짤릴 만 한건 다 짤리고 말이예요...
    그래서 그 영화 끝나자 마자 생각 했던 건 "비디오로 다시 보자! " - 제겐 DVD player 가 없거든요...^^ - 였는데 아직 까지 못 보고 있어요... ㅠㅠ

    저도 다리우스 콘쥐의 촬영 너무 좋아해요!!!
    (비록 중간에 교체 되었지만) 제가 [패닉룸] 을 본 이유는 그가 부분적으로나마 그 영화를 촬영 했었기 때문이죠.

    [인드림스] 도 넘 멋졌어요!!! - 다리우스 콘쥐의 촬영만... ㅋㅋ -
  • 크라미스 2005/05/21 02:51 #

    파이트클럽도 그렇지만 세븐 또한 저에게는 명작인 영화입니다.
    오프닝은 정말이지 최고라고 손꼽아 줄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죠... DVD 코멘터리에서 말해주듯이 오프닝에 들어간 돈이 꽤 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 디제 2005/05/21 12:52 #

    yasujiro님/ ^^
    다마네기님/ 실은 저도 케이블 TV에서 처음 보았고 dvd로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군 복무 시절 개봉되어서 극장에 갈 수 없었는데... 참 아깝습니다.
    크라미스님/ 오프닝... 정말 멋있었습니다. 후에 많은 뮤직 비디오들이 이를 참고했죠.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