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8 호네트와 UFO가 맞장 뜨는 예고편을 보고 '인디펜던스 데이'는 극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만 결국 극장에서 못본채 비디오로 부대안에서 봤습니다. 역시 전투씬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외계인이 지구의 노트북에 맥을 못 춘다는 것도 우스웠고 미국 만세는 더더욱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왜 하필 미국 독립 기념일(그러고 보니 오늘이군요.)에 외계인에게 총공격을 해야 합니까? 취임 기념일날마다 매년 황당한 일을 벌이는 서울 시장도 아니고 말입니다.
'고질라'는 최악이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더군요. 어릴적 AFKN에서 본 일본판 오리지널 '고지라'는 저렇게 늘어지는 작품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케이블 TV에서 본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역시 아주 뻔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를 어쩌다 꼬박꼬박 보았지만 그는 B0 정도 밖에 줄 수 없는 감독이었습니다. 구멍이 숭숭 난 시나리오에 미국 우월주의로 집약될 수 있는 것이 롤랜드 에머리히의 여지껏 필모그래피였습니다.
'투모로우'는 개봉전부터 한국판 티저 포스터로 말이 많았습니다. 지금 이 문장을 클릭하시면 제가 DP에 문제제기를 하신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날 뉴욕이 얼어붙는다는 설정이 제법 마음에 들어 모처럼의 휴일이었던 지난 수요일 CGV 강변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평일 저녁임에도 극장은 매진이더군요. 이런 경우 저는 오기가 생겨서 꼭 보고야 맙니다. 금요일에 새벽 2시에 퇴근하면서 CGV에 들러 일요일 조조를 예매했고 오늘 아침에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이상이었습니다. 특수 효과나 스케일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드라마가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쓸만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얼어죽고 그 유고로 취임한 부통령은 멕시코를 비롯한 제3세계에 원조를 요청하며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할 것을 거부한 부시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의 관객들은 좀 불편했을테고 그 때문에 '대박'은 나지 못한 것이겠죠.
범지구적 기상 이변이라는 소재도 참신했습니다. 빌딩 화재, 선박 침몰, 화산 폭발 따위보다 훨씬 범위가 크면서 외계인 침공 보다는 설득력이 있었으니까요. 경박한 조연이나 이기주의자가 등장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기에 닥친 모두가 자신의 안심입명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도덕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너 스페이스'에서 아내였던(지금은 아마 이혼했죠?) 맥 라이언과 함께 출연했던 데니스 퀘이드도 많이 늙었더군요. 젊을 때의 개성미는 모두 사라지고 해리슨 포드를 닮아가는 그를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영국인 랩슨 교수로 나오는 이안 홀름('반지의 제왕'의 빌보 배긴스)도 반갑더군요. 앞으로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가 화산과 유성 낙하, 기상 이변을 넘어 어디까지 진보할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P.S. 그런데 도서관에 갇힌 샘과 친구들은 왜 책만 불태우고 오래가는 나무(책상과 의자)를 태우지 않은 것인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열람실에 널린게 책상과 의자였는데 말입니다. 저같은 생각 하신 분 또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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