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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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쥬케이터 - 21세기의 애교스런 혁명가들 영화

부자들을 혐오하는 얀(다니엘 브륄 분)과 피터(스피테 에르세그 분)는 부자집들이 빌 때를 노려 집안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어질러 놓는 ‘에쥬케이터’입니다. (빈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는 김기덕 감독의 ‘빈 집’과 묘하게 비교됩니다. 물론 이 영화도 2004년작이기 때문에 ‘빈 집’을 참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피터가 여행을 간 사이에 얀은 피터의 여자 친구인 율(율리아 옌치)과 가까워지는데 율은 부자인 하르덴베르그(부르가르트 클라브너 분)의 벤츠를 들이 받아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습니다. 율의 제안에 얀은 하르덴베르그의 집에 들어갔다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결국 하르덴베르그를 납치하게 됩니다.

독일의 젊은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의 ‘에쥬케이터’의 출발점은 과거 ‘몽상가들’에서 제가 언급했던 것처럼 ‘혁명이 사라진 시대에 소비 이외에 자신을 표현할 길이 없는 20대’들이 혁명 대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유머스럽고 재기발랄하게 접근한 작품입니다. 사실 부자들의 집을 어지럽힌다고 해서 빈부의 격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부자를 납치한다고 해서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리도 없습니다. 이러한 에쥬케이터들의 한계는 하르덴베르그와의 대화에서 말빨이 밀리는 얀과 피터의 모습에서도 증명됩니다.

하지만 이런 치기가 바로 ‘에쥬케이터’의 매력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젊은이로만 가득찬 요즘(오늘 오전 뉴스를 보니 우리 나라의 20대가 최고의 직업으로 여론조사에서 꼽은 것이 공무원이라더군요. 공무원을 욕되게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정말 시대가 많이 변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엽기스런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애교스럽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애교스러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기발랄한 시나리오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애당초 물건조차 훔치지 않는 것으로 시작했던 주인공들이 어쩔 수 없이 인질극을 벌이지만 인질인 하르덴베르그와 친해지다가 결국 동화되다시피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인질극이 그저 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 것이죠. 율을 사이에 둔 얀과 피터의 치정극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총이 고장난 것이라는 피터의 대사에서 예고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이 관람하러 갔다가 초반부까지는 영화사(映畵史) 사상 가장 뻔뻔스럽고 위악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같은 독일 영화인) ‘퍼니 게임’처럼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누가 뭐래도 세상은 Love & Peace’라는 유쾌한 결말을 맺게 됩니다. 헐리우드식 패턴과 예의 바른 주인공들에 질렸다면 싸가지 없지만 귀여운 에쥬케이터들의 행각은 상쾌한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덧글

  • 페테르 2005/05/19 18:51 #

    제 글을 트랙백하셨군요. 이거 처음 해 봐요. 반갑습니다.^^ 정말 중반부터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표정관리하기 힘들더군요. 조마조마해서 더 재미있긴 했지만... 요새는 영화를 보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이 영화는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들처럼, 지배당하지 않고 싶습니다.
  • 디제 2005/05/20 04:21 #

    페테르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 Eskimo女 2005/05/22 00:44 #

    이 영화 너무 재미있었어요.. 크흐흐...전 하르덴베르그가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
  • arsary 2005/06/03 00:21 #

    트랙백 보고 찾아왔습니당. 재미있게 봤고, 또 계속해서 생각나는 영화였지요.
  • 디제 2005/06/03 00:40 #

    Eskimo女님/ 웃기는 영화였죠. 후후.
    arsary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 이상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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