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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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두 번째 감상 영화

장화, 홍련 - 세트와 소품의 미학
달콤한 인생 - 심플함이 돋보이는 느와르

본 리뷰에는 '달콤한 인생'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분들은 위에 링크된 첫 번째 관람 리뷰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달콤한 인생’을 두 번째 관람하며 초점을 맞춘 것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된 꿈 논쟁입니다. 희수(신민아 분)에 마음을 두고 백 사장(황정민 분)의 패거리와 얽히며 갈 데까지 다 가는 모든 스토리가 과연 선우(이병헌 분)의 꿈(상상)이냐, 현실이냐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저는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 논쟁을 촉발하게 된 것은 이병헌이 바 ‘라 돌체 비타’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며 섀도우 복싱을 하는 생뚱맞은 장면 때문인데 이 장면은 시간적으로 초반부에서 선우가 백 사장의 똘마니 세 명을 거뜬히 제압하고 나서 하루를 결산하고 커피를 마시는 장면과 연결됩니다. 가볍게 똘마니들을 제압한 뒤 하루를 깔끔하게 마감하는 상쾌함과 자신감으로 섀도우 복싱을 하는 것이죠.

선우가 비록 희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에게 28만원짜리 스탠드를 선물했지만 태구(문정혁 분)의 총에 숨을 거두며 ‘달콤’하게 떠올리는 것은 희수와의 시간이 아니라 바로 섀도우 복싱 장면입니다. 즉 선우에게 ‘달콤’했던 순간은 희수를 만난 시간이 아니라 그전에 조직의 2인자로서 인정받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순간인 것이죠. 이는 선우의 마지막 대사 ‘너무 가혹해’라고 중얼거리는 데에서도 증명됩니다. 꿈이라면 굳이 가혹하다고 중얼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깨어나면 그만이죠. 비록 희수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희수를 만나고 나서 달콤했던 자신의 인생이 꼬이고 파탄난다는 점에서 희수는 팜므 파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소녀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로리타 팜므 파탈이죠.

소설은 출판이 되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나며, 영화란 극장에 걸리는 순간 감독의 손을 떠나는 것이지만 김지운 감독도 인터뷰에서 섀도우 복싱 장면에 대해 선우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꿈이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언급과 상관없이 이슈화되는 것은 흥행에 도움이 될 테니 속으로는 이런 논쟁에 흐뭇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재관람하면서 황정민의 카리스마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처음 감상할 때에는 제대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기영(오무성 역), 오달수(명구 분)의 개성 넘치는 연기도 좋았습니다. ‘말아톤’에서는 백수 타입의 은퇴한 코치로 등장했던 이기영과 ‘주먹이 운다’에서 최민식을 괴롭히는 후배 건달로 등장했던 오달수를 보며 한국 영화도 이제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조연 배우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덧글

  • 이규영 2005/04/11 02:34 #

    오.. 현실일 가능성이 높군요.
    그럼 에릭은 왜 나온거지... 현실이라면 에릭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지는데... 음.... 차라리 꿈이라고 하는게 더 감독한테는 변명의 여지를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말이죠.
  • 디제 2005/04/11 02:40 #

    이규영님/ 에릭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리얼리티는 더욱 증폭시키는 캐릭터입니다. 그가 대사가 없는 신비스런 캐릭터이며 가수(탤런트)로서의 위치를 생각하면 영화 속 비중이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느와르라는 장르적 특성상 주인공은 복수를 마무리하고 어이 없이 의외의 캐릭터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은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만 해도 박중훈, 이경영, 오연수 주연의 '게임의 법칙'이 있었죠.
  • Forthy 2005/04/11 02:44 #

    에릭은 공식사이트에가면 무기밀매상의 동생으로 나옵니다. 이러면 설명이 되나요?^^

    엔딩 스텝롤 뒤에 '라돌체비타' 간판에 총성과 함께 구멍이 뚫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 덕분에 모든 것이 현실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감독의 이중트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디제 2005/04/11 02:48 #

    Forthy님/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우(이병헌 분)에게 러시아제 권총의 조립과 분해를 가르쳐주는 무기밀매상 태웅(김해곤 분)의 동생 태구가 에릭의 역할이었죠. 사실 에릭의 대사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웅과 부하 둘이 죽은 뒤 에릭이 자동 응답기에 '물건 구했으니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죠. 그러고보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안성기의 유일한 대사는 자동 응답기에 녹음된 대사였군요.
  • 에스퍼 2005/04/11 03:34 #

    저는 꿈이냐, 현실이냐의 문제를 떠나서, 왜 쉐도우복싱 장면을 '뜬금없이' 영화의 맨 마지막에 배치한 건지 궁금합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쉐도우복싱 장면 다음에 바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병헌이 총 맞아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완결되었다고 봐도 되는데, 쉐도우복싱 장면을 덧붙임으로써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더군요. 그러니까, 영화가 다 끝나는 마당에 쉐도우복싱 장면을 넣어서 병헌의 자신감을 보여준 건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과 그전의 자신감있던 모습의 대비라는 의도로 보여진 것 같은데, 그런 설명을 들어도 그 장면이 사족처럼 보여지네요.
  • 스푸키요원 2005/04/11 11:00 #

    디제님 두 번 보셨군요. 저도 한 번 더 보러가야 하는데.. ^^
    저도 첨 극장에서 나설 때는 꿈이 아닌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현실이 맞는거 같아요. 어쨌든 한 번 더 보러 갈렵니다. ^^
  • Sion 2005/04/11 11:49 #

    아,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저는 마지막의 쉐도우 복싱이 그 전의 모든 것을 망상으로 돌려버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현실의 선우는 건달도 해결사도 아닌 평범한 엘리트 호텔리어이고 2시간에 걸친 사나이 로망이 넘치는 망상 끝에 창에 비친 자신을 보고 피식 웃으며 '나도 참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이란 생각을 하며 자기가 꿈꿨던 2시간의 폼을 '음...이렇게 했던가?'라면서 다시 잡아보는게 그 쉐도우 복싱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 Mina 2005/04/11 13:53 #

    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군요.(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병헌이 밤유리창을 바라보면서 상상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하고 개폼잡는 인생을 상상해보고 마지막에 피식 웃어버리는 것으로요. 전작 [장화,홍련]이 임수정의 일인극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쉐도우 복식은 Sion님이 쓰신 것과 같은 뜻으로 생각했고요. 괜히 멋쩍으니까 한번 날려보는^^; 저도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 이규영 2005/04/11 15:10 #

    디제, forthy/ 아 저도 에릭이 밀매상 동생이라는 것과, 느와르 영화의 마지막 암살자(?)를 상징하는 의외의 캐릭터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데요. 보통 그런 의외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갑자기 등장해버리지 그렇게 별다른 활약이 없는데도 계속 카메라가 뒤따라다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병헌이 머릿속에서 창조해낸 느와르적인 상상이었다면 그가 억지로 그런 마지막 장면의 암살자를 미리 하나 만들어놓기 위해 에릭을 창조했다고 보는게 설명에서 더 쉽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제가 볼때는 이 영화를 이병헌의 꿈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놈으로써 관객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마지막에 사람들이 잘 안보는 엔딩크레딧에 또한번 혼란스런 장면을 제공함으로 인해서 두번의 반전을 시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시도는 지난번 장화, 홍련때도 시도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여하튼 이게 현실이든 상상이든 다 불만족스런 결말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디제 2005/04/11 16:09 #

    에스퍼님/ 복싱 장면이 없었다면 보다 명확한 서사 구조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는 저도 동감입니다.
    스푸키요원님/ 그러고보니 저도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극장에서 두 번 본 작품이었습니다.
    Sion님/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영화가 너무나 시시한 작품이 되어버리죠.
    Mina님/ 그러면 다른 시각으로 다시 관람하셔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
  • 디제 2005/04/11 16:10 #

    이규영님/ 별다른 활약이 없는데도 후반부에 카메라가 에릭을 뒤따라다닌다는 점에 세 가지로 반론하고 싶습니다.
  • 디제 2005/04/11 16:10 #

    첫째, 별다른 활약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필리핀 갱 두 명을 죽이고 주인공도 죽입니다. 출연시간이 짧고 대사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인상적인 활약임에 분명합니다. 이규영님이 남자라면 에릭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하실 수 있어도 여자 관객들의 판단은 다르더군요. 인상적이었다고 말입니다.
    둘째, 만일 백번 양보해 에릭의 활약이 미미했다 하더라도 감독이 뭔가 있을 듯 계속 따라다니는 것은 관객을 속이기 위한 의도적인 카메라 워킹입니다. 맥거핀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겠군요. 히치콕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방식으로 궁금하시면 다음 URL을 참고하십시오. http://kr.ks.yahoo.com/service/ques_reply/ques_view.html?dnum=CAB&qnum=130290
    셋째, 영화의 서사 구조가 반드시 완결되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영화 관객들이 너무 쉬운 영화만 좋아하고 수동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가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Mina 2005/04/11 21:31 #

    디제님,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제가 찾은 감독의 '힌트'들은 그냥 억지 해석 또는 우연일 뿐이라 생각하시는 것인지요?(제가 찾은 힌트들은 제 블로그 글의 젤 끝에 적혀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님의 전작 [장화 홍련]에서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런 걸 일부러 배치할 감독님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 디제 2005/04/12 01:06 #

    MIna님/ Mina님의 블로그를 보고 꿈이라 생각하신 이유들을 보니 달콤한 인생의 모든 내용 전부가 선우(이병헌 분)의 꿈이며 선우는 깔끔한 완벽주의자이므로 조폭도 아니다, 라고 보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설령 꿈이라고 해도 이병헌이 커피를 마시며 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이전에는 꿈이라 할 수 없습니다. 꿈 논쟁이 촉발된 것은 초반부 커피를 마시며 창문을 보는 모습과 엔딩의 창을 바라보며 복싱을 하는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꿈이 아닌, 선우가 커피를 마시기 이전 장면에서 그는 이미 '라 돌체 비타'의 실장이었고, 웃통을 벗은 조폭이 인사를 하며, 백사장의 부하들을 깔끔하게 때려눕힙니다. 그리고 하루치 정산을 하고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까지 입금하겠습니다.'라고 말하죠. 이것은 그가 바의 실장이며 조폭의 일원임을 명확화게 증명하는 것입니다.

    극중에서 선우가 아무리 피를 쏟아도 안죽으니 꿈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198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영웅본색'류의 홍콩 느와르는 전부 주인공의 꿈이어야 겠군요.
  • Mina 2005/04/12 14:11 #

    에구, 제 의견을 잘못읽으셨어요. 저도 초반은 현실이고 선우는 완벽주의자인 조폭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커피 마시는 장면 이후가 창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이란 의견이에요. 그러니까 마지막 장면은 상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상상에 대해 웃으면서 복싱 놀이를 하는 거고요.
    그리고 제가 언급한 '힌트'란, 선우가 총 맞아도 안죽는 것에 대해 말한 게 아니라 이병헌과 신민아의 습관이나 김영철과 이병헌의 같은 상처에 대해 말한 것이었습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노골적으로 나온 특징들이라 생각해서요. (총 맞아도 안죽는 건 느와르나 액션물의 장기니까 큰 힌트는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디제 2005/04/12 14:54 #

    Mina님/ 등장 인물들의 몇몇 우연으로 그들이 한 인물이 창조한 가공(상상, 꿈)의 부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 같습니다. '장화, 홍련'을 떠올리며 '달콤한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성급한 해석이고요. 비록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라 해도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은 장르부터 다릅니다. 그런데 결론이 동일할 것이라고 애써 근거를 찾는 것은 피곤한 일 아닐까요?
  • 디제 2005/04/12 15:13 #

    나이트 샤말란이 '식스 센스'에서 놀랄 만한 반전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그 이후의 모든 그의 작품들인 '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까지 모두 반전 영화라고 추측하는 것은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디제 2005/04/12 15:21 #

    또한 선우와 희수의 버릇이 동일한 것은 감독 자신의 버릇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람들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뿐 동일한 인물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은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김지운 감독 인터뷰를 참고하십시오.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1001&mag_id=29576
  • 디제 2005/04/12 15:44 #

    끝으로 복싱 장면까지 만족스럽던 선우가 보스의 부탁(희수를 감시하는 것)으로 인해 어긋나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김지운 감독의 다른 인터뷰를 참고하시면 역시 선우의 꿈이 아니라 그가 현실에서 단 한 순간에 비극적으로 파멸하는 모습을 감독이 묘사하고 싶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news/20050322/090201000020050322061535K7.html
  • mole 2005/04/14 01:12 #

    저 역시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셰도우복싱 장면으로 끝난다는 사실에 너무 현혹될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모두가 다 죽어버리는 엔딩은 저에겐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주었을텐데, 마지막 셰도우복싱 장면을 통해 선우가 가장 생동감 있게 살았던 과거를 보여주므로써 그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좌석을 뜰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 디제 2005/04/14 12:15 #

    mole님/ 저는 섀도우 복싱 장면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극단적인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갈데까지 다 갔다는 느낌으로 극장문을 나서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 동사서독 2005/10/02 10:19 # 삭제

    다중 결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디제 2005/10/03 02:38 #

    동사서독님/ 김지운 감독을 직접 만나 질문했을 때 꿈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더군요. 영화가 개봉되면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이긴 합니다만... 참고되시길.
    http://tomino.egloos.com/148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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