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 낙천적이고 신비스런 외계인과의 만남
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페이 첵’ 등 SF 영화의 원작 소설가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단편을 영화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언뜻 보면 SF 스릴러로 구분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유선형의 매끈한 자동차가 자동 항법 장치에 의해 운행되고(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럽게 솟아있는 마천루와 까마득하게 점을 이루는 자동차의 홍수는 마치 프리츠 랑의 흑백 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연상케 합니다.), 홍채 인식을 통해 광고가 맞춤식으로 행인에게 전달되며, 신문이 새로운 기사를 전송받아 액정 화면처럼 변하는 모습은 근미래에 나타날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이 장면들에서는 토요타 렉서스, GAP, USA 투데이와 같은 PPL이 노골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런 미래상을 보여주는 화면은, 도시는 금속성의 푸른 빛으로, 교외에 자리한 존의 아내 라라(캐스린 모리스 분)의 집은 따뜻한 황금빛으로 때깔이 좋습니다.
초능력에 가까운 예지자들의 힘으로 범죄가 사전에 예방되며, 홍채를 인식하는 스파이더를 통해 영장도 없이 아파트가 수색되고, 범죄자는 재판도 거치지 않은 채 사실상 동면 상태에 빠지는 전체주의적 미래의 모습은 필립 K 딕 특유의 비판적 미래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눈알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굴러가는 것을 잡으려는 존(탐 크루즈 분)의 허둥대는 모습은 타란티노 식 유머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때깔 좋은 비주얼이나 암울한 미래관 등은 그저 들러리일 뿐입니다. 스필버그 영화가 다 그렇듯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가족 영화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존이 수사관이 된 것은 아들의 실종과 죽음 때문이고 그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또 다른 가족사의 질곡을 파헤치려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결론적으로 두 가족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위기에 빠지는 존을 구하는 것은 별거 상태에 있었던 아내이며 매우 사소하고 유치한 실수로 범인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와 비슷한 스토리인 ‘LA 컨피덴셜’의 세련되고 복잡한 추리 과정을 비교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스릴러 시나리오로 낙제점입니다.) 스스로를 구해내지도 못하고 가족의 도움으로 재기하는 주인공의 활약은 나약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암울한 미래관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은 것은 역시 스필버그 특유의 낙천적이고 말랑말랑한 유아적 사고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탐 크루즈의 연기가 가려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터치 스크린 패널을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다루는 그의 모습에서 우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배우는 얼굴이 아니라 온 몸으로 연기하는 것임을 증명합니다. 탐 크루즈의 카리스마에도 밀리지 않는 콜린 패럴의 뻔뻔스런 연기도 좋습니다. ‘엑소시스트’의 막스 폰 시도우도 중후하고 당당하게 영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벅 캄튼으로 등장했던 부리부리한 눈의 닐 맥도너우도 존의 부하 플레쳐로 등장합니다.
깊이 있고 비판적인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을 때깔만 좋은 가벼운 가족용 오락 영화로 만드는 것도 스필버그의 재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실 때에만 갈증이 풀리고 결국은 더욱 갈증이 심해지는 청량 음료를 마신 것 같은 기분을 결코 떨칠 수 없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였습니다. 청량 음료가 아니라 차라리 불닭처럼 화끈하고 하드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요.
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유선형의 매끈한 자동차가 자동 항법 장치에 의해 운행되고(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럽게 솟아있는 마천루와 까마득하게 점을 이루는 자동차의 홍수는 마치 프리츠 랑의 흑백 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연상케 합니다.), 홍채 인식을 통해 광고가 맞춤식으로 행인에게 전달되며, 신문이 새로운 기사를 전송받아 액정 화면처럼 변하는 모습은 근미래에 나타날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이 장면들에서는 토요타 렉서스, GAP, USA 투데이와 같은 PPL이 노골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런 미래상을 보여주는 화면은, 도시는 금속성의 푸른 빛으로, 교외에 자리한 존의 아내 라라(캐스린 모리스 분)의 집은 따뜻한 황금빛으로 때깔이 좋습니다.
초능력에 가까운 예지자들의 힘으로 범죄가 사전에 예방되며, 홍채를 인식하는 스파이더를 통해 영장도 없이 아파트가 수색되고, 범죄자는 재판도 거치지 않은 채 사실상 동면 상태에 빠지는 전체주의적 미래의 모습은 필립 K 딕 특유의 비판적 미래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눈알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굴러가는 것을 잡으려는 존(탐 크루즈 분)의 허둥대는 모습은 타란티노 식 유머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때깔 좋은 비주얼이나 암울한 미래관 등은 그저 들러리일 뿐입니다. 스필버그 영화가 다 그렇듯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가족 영화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존이 수사관이 된 것은 아들의 실종과 죽음 때문이고 그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또 다른 가족사의 질곡을 파헤치려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결론적으로 두 가족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위기에 빠지는 존을 구하는 것은 별거 상태에 있었던 아내이며 매우 사소하고 유치한 실수로 범인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이와 비슷한 스토리인 ‘LA 컨피덴셜’의 세련되고 복잡한 추리 과정을 비교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스릴러 시나리오로 낙제점입니다.) 스스로를 구해내지도 못하고 가족의 도움으로 재기하는 주인공의 활약은 나약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암울한 미래관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은 것은 역시 스필버그 특유의 낙천적이고 말랑말랑한 유아적 사고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탐 크루즈의 연기가 가려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터치 스크린 패널을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다루는 그의 모습에서 우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배우는 얼굴이 아니라 온 몸으로 연기하는 것임을 증명합니다. 탐 크루즈의 카리스마에도 밀리지 않는 콜린 패럴의 뻔뻔스런 연기도 좋습니다. ‘엑소시스트’의 막스 폰 시도우도 중후하고 당당하게 영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벅 캄튼으로 등장했던 부리부리한 눈의 닐 맥도너우도 존의 부하 플레쳐로 등장합니다.
깊이 있고 비판적인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을 때깔만 좋은 가벼운 가족용 오락 영화로 만드는 것도 스필버그의 재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실 때에만 갈증이 풀리고 결국은 더욱 갈증이 심해지는 청량 음료를 마신 것 같은 기분을 결코 떨칠 수 없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였습니다. 청량 음료가 아니라 차라리 불닭처럼 화끈하고 하드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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