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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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 불경기를 힘겹게 버티는 서민을 위해 영화

도쿄 신주쿠 거리의 복서 하레루야 아키라와 소년원 출신 헤비급 복서 서철의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은 류승완 감독의 극장 개봉 네 번째 작품 ‘주먹이 운다’는 그 태생이 말해주듯 복싱 영화라기보다는 인간 드라마입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액션을 예상했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군요.)

하레루야 아키라의 영화 버전인 강태식(최민식 분)과 서철의 영화 버전인 유상환(아무래도 감독 이름과 최대한 비슷한 발음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듯. 류승범 분)은 나이와 가정환경이 다르지만 모두 밑바닥에서 구르는 사내들입니다. 이런 사내들이 복싱에 매달리며 자신을 회복해나간다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성패는 얼마만큼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의 동선을 실감나게 묘사해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먹이 운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사업이 망하고 아내와 아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강태식(복서인 아버지와 어린 아들과의 관계는 1979년작 ‘챔프’의 빌리 플린(존 보이트 분)과 아들 T.J(리키 슈로더 분)를 연상케 합니다. 아내 애니 역으로는 페이 더너웨이였죠.)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가난한 아버지와 손자를 금쪽같이 아끼는 할머니 밑에서 속만 썩이다 교도소에 가게 된 유상환의 대결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매끄럽게 교차 편집되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 편집의 묘미가 돋보이는 것은 강태식과 유상환이 신인왕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는 장면인데 이 부분의 속도감 넘치는 편집은 가히 예술적입니다.

134분의 러닝 타임 중 120여분이 다 되어 결국 둘이 처음 만나게 되는 신인왕전 결승 장면에 도달했을 때에는 관객은 결승전의 승패에는 무관심한 채 경기 자체에 몰두하게 됩니다. (실은 영화를 보기 이전부터 둘의 대결의 승자를 개인적으로 예상했는데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복싱 영화에서 복싱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제시할 경우 주인공의 승리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카메라 워킹과 연기, 편집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1인에만 집중하고 상대 선수는 부차적으로 묘사하기 마련인데 주인공끼리 맞붙는 ‘주먹이 운다’는 강태식과 유상환 모두에게 적절한 비중을 할애하며 균형을 맞추며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그것도 화려하거나 멋들어진 비현실적인 ‘록키’ 류의 복싱이 아니라 된장 냄새나는 복싱 경기를 통해서 말입니다. 특히 한 라운드 거의 전부를 카메라를 패닝시키며 롱테이크로 찍어내다시피 한 제2라운드의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은 매우 놀랍습니다.

최민식은 처음부터 류승범을 뒷받침하겠다고 작심한 듯 주로 안으로 삭히며 감정 표현을 아끼는 연기를 합니다. (물론 최민식의 연기가 류승범에 비해 부족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따라서 ‘주먹이 운다’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류승범입니다. 레게 파마의 양아치에서 짧은 머리의 교도소 복싱 선수로 변신하기까지의 연기를 보며 많이 성장했음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류승완 - 류승범 형제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개봉 첫날 코아 아트홀에서 류승완 감독에게는 포스터에 사인을 받았지만 당시 여자 친구가 양아치 같이 생긴 류승범에게는 사인을 받지 말라고 해서 그냥 받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두고두고 후회됩니다. 비록 최민식과 류승범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조연급도 매우 탄탄합니다. 변희봉, 나문희, 임원희, 천호진, 기주봉 등의 연기는 감칠 맛나는 뚝배기 같습니다.

달콤한 인생’이 판타지에 가까운 스타일리쉬 무비였다면 ‘주먹이 운다’는 끈적끈적한 땀냄새가 배어있는 사실적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인생’이 더 취향에 맞았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흥행할 수 있는 작품은 ‘주먹이 운다’ 같습니다. 관람 등급도 그렇고(‘달콤한 인생’은 18세 이상 관람가, ‘주먹이 운다’는 15세 이상 관람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나 40대 이상의 관람객들은 ‘주먹이 운다’를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특히 ‘주먹이 운다’의 가장 큰 미덕은 (비록 끝이 보인다고 하지만) 지독한 불경기를 살아온 서민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주먹이 운다’는 불경기 특수를 노리고 제작된 작품 같습니다. 류승완 감독을 비롯한 스탭과 제작진은 조금씩 나아진다는 경기 상황이 도리어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

  • 라피르 2005/04/04 13:44 #

    아아... 영화 감상을 글로 옮긴다는 건 바로 이런거였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 eunyule 2005/04/04 21:18 #

    트랙백 감사합니다.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 공감합니다. 벌써부터 박스오피스에 그런 조짐?이 있더군요.
  • 디제 2005/04/04 21:45 #

    라피르님, eunyule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놀러오십시오. ^^
  • 히키코모리하양 2005/04/05 14:09 #

    ..관련글이 뭘까하고 눌러봤는데 이런게 있었군요 -_-;;;;
    ..흠 뭔가 전문적인 영화감상(모르는 단어가 있어요;;)같지만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것 같습니다
    ..아무튼 류승완감독님은 점점 영상이 세련되지시는거 같습니다
    ..류승범씨 도주씬도 그렇고 무척 마음에 들었지요
    ..-_-아, 남의 블로그에와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군요
    ..잘 읽고갑니다 -ㅁ-;;
  • 디제 2005/04/05 14:53 #

    히키코모리하양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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