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 미국은 따뜻한 나라?
외계인과의 만남을 신비스럽고 낙천적으로 그린 1977년작 ‘미지와의 조우’는 특수효과와 CG의 발전이 극에 달한 현재의 관점에서 보아도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전 혹은 이후의 외계인 영화가 선택했던 호러나 액션은 배제된 채, 아무런 공포 없이 홀린 듯 UFO의 뒤를 쫓는 꼬마 배리처럼 외계인과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현실에서는 이제껏 이루어지지 않았던 ‘조우’를 갈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외계인과의 의사 소통의 도구로서 음악이 사용된 것은 1982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플롯 컬쳐에 영향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인도 지방에서 외계인을 숭배하는 인도인들의 원초적인 노래 소리는 매우 웅장하여 심연에 감춰진 무의식을 일깨웁니다. 인도인들의 노래 소리나 외계인과의 교신 음악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존 윌리암스의 OST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1975년 이미 ‘조스’로 성공을 거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량은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다소 템포가 느린 시나리오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양한 원색과 형광색, 수백명의 인도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와이오밍 데블스 타워의 정경, 그리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UFO와 짤막하게 등장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외계인의 모습은 황홀한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미지와의 조우’의 외계인은 ‘E.T.’에서의 E.T.의 원형이 됩니다.) 흔히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을 비주얼리스트라고 하지만 스필버그에게 같은 호칭이 주어져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 ‘미지와의 조우’입니다.
외계인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과 낙천성이 ‘미지와의 조우’의 분위기이지만 공교롭게도 ‘미지와의 조우’ 이래로 ‘E.T.’를 제외한다면 진지한 시각으로 외계인과의 우호적 만남을 조명한 작품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오히려 ‘미지와의 조우’에서 다뤄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에 집착하는 주인공, 정부의 은폐와 음모, 강렬한 빛을 발산하며 밤에는 등장하는 UFO, 인간을 납치하는 외계인 등 표피적 요소들이 ‘엑스 파일’과 같이 외계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최근의 영화나 드라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합니다. 현대인의 불안이 외계인 영화에 반영되는 셈인데 그만큼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겠죠.
‘미지와의 조우’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수원의 중앙 극장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보았던, 제가 극장에서 본 두 번째 영화였습니다. (UFO와 외계인이 나온다니까 어린 마음에 어머니를 졸라서 극장에 갔었는데 ‘미지와의 조우’의 당시 개봉명은 ‘클로즈 인카운터’였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영어로 된 제목의 뜻을 알리는 만무했죠. 하긴 ‘미지와의 조우’라는 번역된 제목이었어도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을 겁니다. 참고로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는 ‘슈퍼맨 2’였습니다.) 당시 줄거리도 모른 채 어두운 하늘에 나타나는 UFO와 팔다리가 가느다란 외계인을 매우 무서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20년이 넘은 지금 dvd로 다시 보며 새롭게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누벨 바그의 거장 프랑소와 트뤼포가 외계인을 평생 쫓아다닌 프랑스인 라콤으로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스필버그의 영화 스승 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미지와의 조우’ 개봉 이후 7년만인 1984년에 고작 52세로 사망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두 번째로 본 작품에 등장했던 거장이 지금은 고인이라는 사실에서 저 역시 세월의 무게를 비껴갈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외계인과의 의사 소통의 도구로서 음악이 사용된 것은 1982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플롯 컬쳐에 영향을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인도 지방에서 외계인을 숭배하는 인도인들의 원초적인 노래 소리는 매우 웅장하여 심연에 감춰진 무의식을 일깨웁니다. 인도인들의 노래 소리나 외계인과의 교신 음악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 존 윌리암스의 OST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1975년 이미 ‘조스’로 성공을 거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량은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다소 템포가 느린 시나리오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양한 원색과 형광색, 수백명의 인도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와이오밍 데블스 타워의 정경, 그리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UFO와 짤막하게 등장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외계인의 모습은 황홀한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미지와의 조우’의 외계인은 ‘E.T.’에서의 E.T.의 원형이 됩니다.) 흔히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을 비주얼리스트라고 하지만 스필버그에게 같은 호칭이 주어져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 ‘미지와의 조우’입니다.
외계인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과 낙천성이 ‘미지와의 조우’의 분위기이지만 공교롭게도 ‘미지와의 조우’ 이래로 ‘E.T.’를 제외한다면 진지한 시각으로 외계인과의 우호적 만남을 조명한 작품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오히려 ‘미지와의 조우’에서 다뤄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에 집착하는 주인공, 정부의 은폐와 음모, 강렬한 빛을 발산하며 밤에는 등장하는 UFO, 인간을 납치하는 외계인 등 표피적 요소들이 ‘엑스 파일’과 같이 외계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최근의 영화나 드라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합니다. 현대인의 불안이 외계인 영화에 반영되는 셈인데 그만큼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겠죠.
‘미지와의 조우’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수원의 중앙 극장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보았던, 제가 극장에서 본 두 번째 영화였습니다. (UFO와 외계인이 나온다니까 어린 마음에 어머니를 졸라서 극장에 갔었는데 ‘미지와의 조우’의 당시 개봉명은 ‘클로즈 인카운터’였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영어로 된 제목의 뜻을 알리는 만무했죠. 하긴 ‘미지와의 조우’라는 번역된 제목이었어도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을 겁니다. 참고로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는 ‘슈퍼맨 2’였습니다.) 당시 줄거리도 모른 채 어두운 하늘에 나타나는 UFO와 팔다리가 가느다란 외계인을 매우 무서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20년이 넘은 지금 dvd로 다시 보며 새롭게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누벨 바그의 거장 프랑소와 트뤼포가 외계인을 평생 쫓아다닌 프랑스인 라콤으로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스필버그의 영화 스승 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미지와의 조우’ 개봉 이후 7년만인 1984년에 고작 52세로 사망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두 번째로 본 작품에 등장했던 거장이 지금은 고인이라는 사실에서 저 역시 세월의 무게를 비껴갈 수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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