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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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이지먼트 - 이것이 인생이다 영화

제1차 세계 대전, 독일과 프랑스의 격전 속에서 애인 마틸드(오드리 토투 분)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자해하고 사형 판결을 받은 마네크(가스파 울리엘 분)는 포탄과 총탄이 난무하는 비무장 지대에 버려집니다. 마네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마틸드는 그것을 믿지 않고 다른 사형수들의 행방을 찾으며 마네크의 생존을 확인하려 합니다.

죽었다는 애인이 살아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한 여자의 애인 찾기는 ‘쉬리’를 연상케 하는 통속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러닝 타임이 134분이나 되는 프랑스 영화로 뻔한 이야기를 다루는 ‘인게이지먼트’의 외피는 흥행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개봉 1주만에 대부분의 개봉관에서는 내려지거나 교차 상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본 어제 심야 시간에는 ‘코러스’에 뒤이어 또다시 한 관 전체에서 혼자 보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인게이지먼트’는 의외로 촘촘한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통속적인 결말이라해도 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복잡하며 전개가 빨라서 쉴 틈이 없습니다. 템포가 느려서 지루한 영화는 아닌 것이죠. 게다가 전쟁은 ‘이것이 인생이다’ 식의 기막힌 사연들을 양산하기 마련인데 ‘인게이지먼트’는 그러한 기막힌 사연들을 잘 조명하고 있습니다. 심심치 않게 끼어드는 전쟁 장면에서는 의외로 잔혹한 장면이 많아서 어떻게 15세 관람가를 받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15세 관람가로 결정되어도 고등학생들이 보러 올 타입의 영화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독특한 상상력을 영상화하는 ‘아멜리에’와 ‘델리카트슨’의 장 피에르 주네가 비록 예전 같지 않다 하더라도 ‘부자 망해도 3대 간다’는 말처럼 ‘인게이지먼트’ 곳곳에 그만의 독특한 영상과 카메라 워킹, 그리고 블랙 유머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황금색에 가까운 색채 감각, 너무나 신속하게 움직이며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행하는 카메라 워킹, 잔혹한 장면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그만의 방식이 ‘인게이지먼트’를 단순한 멜러 영화 이상으로 승화시킵니다. 현재의 필름과는 프레임 수가 달라 사람들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은 과거의 흑백 영상 기법 촬영한 의도적인 장면들 또한 마찬가지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지난 월요일의 화이트 데이를 겨냥해 개봉한 것으로 보이는 ‘인게이지먼트’의 개봉 시기는 적절했지만 홍보에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영화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드 부인으로 등장하는 조디 포스터의 이름이 팜플렛 어디에도 없더군요. 헐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여배우라는 그녀가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것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조디 포스터의 완벽한 프랑스어 연기’ 쯤으로 팜플렛이나 홍보 자료에서 포함시켰다면 조금은 관객이 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엔드 크레딧에 배우들의 사진과 한글 자막으로 이름이 올라가는데 다른 배우들의 이름은 다 나와도 조디 포스터만 쏙 빼놓았더군요. 자막 번역은 김은주로 나오던데 이 사람도 영어권 영화 전문 번역가 아닌가요?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이 영어 대본으로 중역을 한 게 아닌가 싶더군요.) 장 피에르 주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도미니크 피뇽도 마띨드의 삼촌으로 등장하고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의 레오 카락스의 3부작의 주인공이었던 드니 라방도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병사들 중 한 명으로 등장했습니다. 한동안 국내에 수입되는 영화들에서 보기 어려웠는데 이제 그도 나이를 먹었더군요.

‘인게이지먼트’가 이처럼 외면받을 작품은 아닌데 흥행 성적이 형편없으니 dvd의 발매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화면의 아름다운 색감과 전쟁 장면의 엄청난 음향이 과연 잘 재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덧글

  • 염맨 2005/03/17 15:14 #

    템포가 느려서 지루하진 않지만 이야기가 자꾸 돌고 돌아서 지루했어요.
  • Eskimo女 2005/03/18 23:43 #

    그러게요.. 조디 포스터 불어하는 건 첨 봤네요 ㅎㅎ 전혀 프랑스여자틱하지 않아 보여 문제였지만... ㅎㅎ(독일 여자스러움 ㅡ.ㅡ)
  • 디제 2005/03/19 02:32 #

    염맨님/ 저는 그 과정이 도리어 재미있던데요. 결말은 뻔히 알지만 그 결말에 과연 어떻게 도달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던 걸요.
    Eskimo女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독일 여자 같군요. ^^
  • 대책없는낭만가 2005/03/22 11:41 #

    ...그 사람이 조디 포스터 맞았군요...
  • 디제 2005/03/23 16:33 #

    대책없는낭만가님/ 네 맞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 호기심천국 2005/03/23 21:32 #

    아.정말 촘촘한 서사구조라는 말. 참 맞는 말이에요- 물론 전 얼굴이 헷갈려서 어려웠지만;;
  • 디제 2005/03/23 22:21 #

    호기심천국님/ 서양인들도 동양인들 얼굴을 잘 구분 못 한다던데 프랑스인들도 군복을 입히니 비슷비슷하더군요. 차라리 개성으로 인물을 구분하는 편이 더 이해가 빠르더군요.
  • sampler 2005/03/26 19:48 #

    아직 못봤답니다. 많은곳에서 이미 내렸을게 분명하지만.. 미련을 두고 찾아보려구요.
  • 디제 2005/03/27 01:18 #

    sampler님/ 이제 정말 서두르셔야 겠군요. 4월 1일에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이 개봉되는 다른 군소 영화들은 초토화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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