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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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 믿음에서 비롯되는 기적 영화

본 리뷰에는 '싸인'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싸인'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먼저 감상하시고 리뷰를 읽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빌리지 - 반전에만 의존하지 마시길

‘식스 센스’의 성공 이후 ‘언브레이커블’로 부진한 평가와 흥행에 머물렀던 나이트 샤말란의 세 번째 작품 ‘싸인’은 개봉 당시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영화를 표피적으로 보았을 때 ‘싸인’은 시골 마을에 외롭게 살고 있는 헤스 가족의 집에 외계인이 침입하고 이를 막아내는 단순한 내용인 것처럼 읽히기 십상입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는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가 종반부에 등장하는 바람에 기겁했던 기억이 새롭군요. 하지만 관객들을 놀라게 하며 등장한 외계인의 힘은 그다지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극장문을 나서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싱거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할인으로 풀린 dvd로 재차 감상하며 ‘싸인’은 대단히 정교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플에서 나이트 샤말란이 밝힌 바처럼 ‘싸인’의 기본 골격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와 ‘신체 강탈자들의 침입’,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같은 고전 호러 영화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침략했다가 물러가게 되었는데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왔으며, 어떤 짓을 벌이고, 왜 떠나갔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관객들에게 차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인디펜던스 데이’의 시골 마을 버전이라는 표현도 어디선가 보았군요.) 피가 뚝뚝 듣는 슬래셔나 고어 무비와는 거리가 멀지만, 극도로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답답해서 속이 타들어가는 신경질적인 분위기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엉뚱한 장면을 비추는 카메라 워킹을 통해 고도의 긴장과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이 ‘싸인’의 미덕입니다.

‘싸인’의 또다른 미덕은 외계인의 침략과 그로 인한 공포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외에도 다른 각도의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아내의 죽음으로 성직마저 버리며 믿음을 포기한 그레이엄 헤스(멜 깁슨 분)가 모든 것이 신에 의해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신앙과 믿음을 회복하며 기적을 얻는 종교적인 내용의 영화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수많은 우연들이 때로는 매우 엉뚱하게 느껴져도 결국 그것은 우리의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 방향성마저 바꾸는 일이 의외로 많습니다. 따라서 운명에 순응하고 겸손한 삶을 살 것을 깨우치는 것이 ‘싸인’의 주제의식입니다.

‘리쎌 웨폰’ 시리즈를 통해 액션 배우로 각인된 멜 깁슨이 나약하고 겁 많으며 다소 둔해보이기까지 하는 정적인(집에 침입한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것도 멜 깁슨의 몫이 아닙니다.) 배역을 맡은 것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멜 깁슨이 주연인 영화에서 그의 얼굴이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은 것도 처음이 아닐까요. ‘글래디에이터’에서 교활한 코모두스로 등장했던 조아퀸 피닉스가 그레이엄의 우직한 동생 메릴 헤스로 분한 것도 역시 멜 깁슨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싸인’으로 나이트 샤말란과 인연을 맺은 조아퀸 피닉스는 후속작 ‘빌리지’에서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극도로 답답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그레이엄의 아들 모건과 딸 보로 등장한 로리 컬킨과 아비가일 브레슬린의 아이 답지 않은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단순히 외계인 영화나 반전 영화로 볼 것이 아니라 예언과 운명에 관한 다층적 텍스트로 읽히는 것이 정당한 ‘싸인’이 재평가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트 샤말란의 대표작이 ‘식스 센스’라고는 하지만 ‘싸인’은 ‘식스 센스’보다 더욱 정교한 영화이니 말입니다.

덧글

  • FAZZ 2005/03/12 18:34 #

    샤말란 감독은 어찌보면 식스 센스가 평생의 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저도 빌리지 재미있게 봤는데 제 주변 사람들 평가가 식스 센스보다 별로다 반전이 약하다 다 이런식이더군요
  • 박건일 2005/03/12 19:12 #

    나이트 샤말란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한답니다. ^-^
  • 디제 2005/03/12 23:10 #

    FAZZ님/ 영화가 반전이 전부가 아닌데 말입니다.
    박건일님/ 저도 '싸인' 참 좋아합니다. ^^
  • 디제 2005/03/13 23:24 #

    아레나님/ 글쎄요... 제 생각에는 스테레오 타입의 외계인 영화와 '싸인'은 여러모로 다른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외계인 영화들은 외계인과 특수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허황된 액션 영화가 많은데 '싸인'은 가족애와 종교적 구원에 관한 영화니까요. 스테레오 타입의 외계인 영화라면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작품이겠죠. ^^
    이글루에 첫 덧글을 제 이글루에 올려주셔서 영광입니다.
  • 마리 2005/03/14 18:58 #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보는 내내 정말 답답해서 속을 태우며 봤으니 감독의 의지에 충분히 반응은 해준 것 같군요. -.-
  • 디제 2005/03/15 00:33 #

    마리님/ 이미 한번 보시고 결말을 아셨다면 그 다음에 다시 한 번 차근차근 꼽씹어 보시면 '싸인'의 진가를 아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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