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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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 가학과 피학, 위선과 폭력, 그리고 권력 영화

갱들을 피해 도그빌로 숨어든 그레이스(니콜 키드만 분)에 대해 자칭 철학자인 톰(폴 베타니 분)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에게 현상금이 붙고 그녀가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가학적으로 변해 그레이스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모든 장면이 같은 실내 세트에서 촬영된 ‘도그빌’은 실험적이고 연극적인 영화입니다. 영화화를 위해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가 직접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그대로 연극 무대에 올려 상연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건물의 문과 벽이 없는 세트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연극을 촬영해 스크린에 걸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합니다. 그것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라스 폰 트리에에 대한 모욕입니다. 이미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킹덤’에서 현란한 핸드 헬드를 선보인 그의 전매특허 카메라 워킹은 실험적이고 연극적인 ‘도그빌’에서도 여전합니다. 단 한번이라도 캠코더로 촬영하고 이를 화면으로 감상한 사람은 누구나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듯이 핸드 헬드는 결코 말처럼 쉬운 카메라 워킹이 아닙니다. 대사 한 마디와 인물들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며 카메라를 연속적으로 움직여야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스럽고 불안한 인간의 심리를 잡아내는데 핸드 헬드 만큼 잘 어울리는 기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험적인 세트와 핸드 헬드가 어우러진 ‘도그빌’의 주제 의식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윤리적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그레이스를 받아들인 마을 사람들이 도망칠 수 없는 그녀의 입장을 악용하며 어린아이조차 가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권력을 손에 쥔 자가 자비를 잊고 폭압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흐트러진 짧은 금발머리와 지나치게 뛰어난 외모가 위태로워 보이는 니콜 키드만의 슬프고도 답답한 표정과 행동은 피학적입니다. 물론 이런 관계는 도그빌의 모든 남성들이 그레이스에게 강요하는 섹스를 통해 매우 노골적으로 묘사됩니다. 개만도 못한 인간의 본성이 여지 없이 드러나는 것이죠.

하지만 유일하게 섹스를 강요하지 않는 톰은 그레이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일한 남자이며 그녀를 처음 발견하고 숨겨준 바 있습니다. 윤리와 관용을 말하며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톰은 지식인을 상징하지만 소위 ‘먹물’로서의 그의 위선은 그레이스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으로 톰은 결국 그녀를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게 됩니다. 충동적인 성욕을 거부하지만 실은 더더욱 이해타산적인 톰은 자신과 마을을 위한 선택을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카드가 되고 맙니다. 지식인에 대한 조롱이 바로 톰의 말로인 것이죠.

불구가 된 남편을 위해 다른 남자들과 동침하는 아내의 행각에 매우 답답했습니다만 종반부의 종소리에서 구원을 얻은 듯, 답답함이 해소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처럼 '도그빌’에도 종반부에는 극적인 반전과 카타르시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 내내 짓눌린 관객을 위한 통쾌한 반전 말입니다. 그레이스(Grece ; '은총')라는 이름은 마을의 말로를 보았을 때 대단히 역설적인 작명이었습니다. 저는 왠지 고전 소설 ‘춘향전’이 생각나더군요.

덧글

  • hermes 2005/03/09 14:58 #

    포스터에 사용된 저 씬은 정말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어요.
    그레이스의 선택은, 어떤 의미에서는 '용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 THX1138 2005/03/09 15:58 #

    그레이스 입장에서 보면 마을 사람들 그렇게 하고도 모자라죠
  • 디제 2005/03/09 16:37 #

    hermes님/ 마음에 들기보다 저는 뒤이은 장면 때문에 좀 혐오스럽던데요. 도그빌에서 내내 답답한 처신을 하고 있었던 듯한 그레이스가 실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참고 있었다는 것, 그게 바로 '용서'였겠죠.
    THX1138님/ 그래서 저는 엔딩에서 너무 통쾌했습니다. 분명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엔딩은 항상 마음에들더군요. 정화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 xmaskid 2005/03/10 00:44 #

    저는 마을 사람들의 변화를 보며,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인간의 본성이란 한꺼풀 벗기면 저런것일까 하는 생각에, 영화 보는 내내 참 불편하더군요. 만약 그레이스가 그냥 마을에 남는 식의 엔딩이었더라면, 라스 폰 트리에를 제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을것 같습니다. :)
  • 디제 2005/03/10 16:03 #

    xmaskid님/ 그래서 라스 폰 트리에 영화는 막판에 항상 카타르시스를 통해 관객에게 통쾌함을 주는데... 막상 그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관객은 많지 않더군요. 지나치게 영화에 짓눌려서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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