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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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런치 - 징그럽고 지저분한 괴작 영화

해충 구제원인 윌리엄 리(피터 웰러 분)는 소독 도중 해충약이 떨어져 곤란하게 됩니다. 아내가 마약으로 복용했기 때문입니다. 건장한 사내들에게 끌려간 윌리엄은 커다란 바퀴 벌레에게 아내 조앤(주디 데이비스 분)을 죽이라는 지령을 받습니다. 두 명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던 아내에게 윌리엄은 윌리엄 텔 놀이를 제안하고 아내가 컵을 머리에 올리자 아내의 머리를 총으로 쏴 죽입니다.

‘비디오드롬’, ‘플라이’, ‘M 버터플라이’, ‘크래쉬’ 등 작품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1991년작 ‘네이키드 런치’는 윌리엄 버로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것입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정체와 행동에 대해 아무런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한 사내가 겪는 연이은 기괴한 일들을 묘사하고 있는데 각각의 사건들이 분절적이고 인과관계가 결여되어 있어 스토리를 정리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무한한 상상력을 활자화한 소설을 어렵사리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거쳐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이 글쓰기에 대해 압박감을 받으며 타자기를 괴물 취급하는 것에서 작가의 괴로움을 묘사한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지령을 받고 첩보원이 되어 상대방 조직에 침투하는 것에서 첩보원 영화로 해석될 수 있고, 기괴하고 지저분한 곤충과 데이빗 크로넨버그 전매특허인 신체 파괴와 변형에서 호러 영화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영화 내내 마약과 살인, 배신과 음모, 동성애와 섹스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 아내를 죽이라고 윌리엄에게 명령하는 클라크-노바 형 바퀴벌레의 입은 여성의 성기를, 환각 물질을 쏟아내는 머그웜프의 머리는 발기된 남성의 성기를 연상하게 합니다. 윌리엄이 클라크-노바 형 바퀴벌레의 입을 어루만지며 해충약을 넣어주는 장면에서는 애무가, 파델라의 본거지에서 머그웜프의 머리의 돌출부의 환각 물질을 빨고 있는 장면에서는 오럴 섹스가 연상됩니다. 이처럼 노골적인 영화를 매번 만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실은 평범하고 이지적인 용모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원작 소설에는 영화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윌리엄 텔 놀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윌리엄 버로우즈가 술집에서 아내가 제안한 윌리엄 텔 놀이를 하다 아내를 죽게 만든 사건이 영화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 윌리엄 버로우즈가 상당히 깊숙이 관여했는데 돌이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원작 소설에도 없는 내용임에도 포함시키는데 동의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윌리엄 버로우즈도 데이빗 크로넨버그 못지 않은 독특하고 기괴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과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 이름, 그리고 윌리엄 텔 놀이 모두 ‘윌리엄’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하다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97년초였던가요. 지금은 폐관된 대학로의 동숭 시네마텍의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제 당시 ‘M. 버터플라이’와 ‘데드존’을 보았지만 정작 가장 보고 싶었던 ’네이키드 런치‘를 학교 수업 시간 때문에 놓쳐서 두고두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최근 크라이테리언의 리핑판이 할인되는 바람에 구입해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dvd는 코멘터리와 서플이 모두 한글화되어 있습니다. ‘로보캅’으로만 기억되고 있는 피터 웰러의 독특한 연기와 이안 홀름, 로이 샤이더의 기괴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단, 벌레나 징그러운 것을 참을 수 없는 분들에게는 감상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을 유머로 받아들여 낄낄거리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저같은 사람도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