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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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 - 가부장과 질곡의 가족사 영화

기타노 다케시의 출연 및 감독 작품은 여기로

양석일의 원작 소설을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하고 최양일이 감독을 맡은 ‘피와 뼈’는 일제 시대에 제주에서 오사카로 이민 간 사나이 김준평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년에 몇몇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인데 이제서 감상하게 된 소감은 다소 평범하다는 것입니다. 폭력과 섹스에 굶주린 듯한, 제 멋대로 살았던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씌어진 이 영화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더군요. 가부장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불행해진다는 메시지였다면 영화는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었습니다. 따라서 작년 연말에 극장에 개봉되었다가 참패한 ‘역도산’처럼 스크린과 관객의 거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김준평이라는 사나이가 어떻게 되어 그런 식의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영화는 그저 한 사나이의 일생을 다소 장황하게 나열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그가 아내나 애첩, 자식보다 아꼈던 돈과 재산을 팽개치고 북한으로 가게 된 이유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김준평이라는 사내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더군요. 하긴 그렇게 엉망으로 살았던 사내의 삶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임을 감독이 말하고 싶어 제작한 작품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해서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무표정하게 폭력과 섹스에 탐닉하는 거친 사내를 연기하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 그를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캐스팅임에 틀림없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한 언급을 피하겠습니다만 김준평의 별명이었던 괴물의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 캐스팅이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감독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이나 조연을 맡기도 했던 기타노 다케시였지만 사실 그의 영화의 호흡은 매우 짧습니다. 짧은 시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결국에는 그가 죽어버리는 것으로 결말이 나는 영화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장년기에서 노년기까지의 그의 연기를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노인 분장을 한 기타노 다케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이채로웠습니다. 그가 감독을 맡았던 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테라지마 스스무도 김준평의 사위였던 박희범으로 출연했습니다.

김준평과 주변 사람들이 제주도 출신이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분히 한국적이고(돼지를 잡고 마을 잔치를 하며 순대를 만드는 장면도 있고 노년이 된 김준평이 여행 도중 기차간에서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를 먹는 장면도 있습니다.) 제주도 방언도 다수 등장합니다. 일부에서는 제주도 방언이라는 사실을 잘 몰라서 일본 배우들이 어눌한 한국어 대사를 한다며 혹평하기도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피와 뼈’는 기타노 다케시 없이는 성립할 수 없지만 그가 감독한 영화처럼 폭력이 굵고 깔끔하게 묘사되거나 섹스가 희화화되는 작품은 분명 아닙니다. 단순한 팝콘 무비로 생각하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불쾌한 장면도 다수 등장합니다. 영화가 김준평의 감정선을 잡아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인력을 가지게 된 것은 모든 인간들에게 숨겨져 있는 본능적 욕망에 철저히 충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 때만 하더라도 김준평과 같은 사나이들은 흔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덧글

  • Yum2 2005/02/28 15:14 #

    기타노 다케시와 공연했던 배우들이 그러더군요. 무서워서 근처에 다가가기도 어려웠다구요.^^;;
  • 디제 2005/03/01 23:09 #

    Yum2님/ 기타노 다케시(일본에서 코미디에 출연할 때에는 주로 비토 다케시로 쓰지 않나요?)가 실제로 야쿠자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은 기정 사실화되어 가고 있고, 바람을 피우러 스쿠터를 타고 가다 큰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뚝거리고 얼굴을 실룩거리는다는 것도 유명하고, 심지어' 피와 뼈' 시사회장에서는 그의 아내가 그에게 '딱 당신이네'라고 했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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