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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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프로야구 필자, 전 스포츠조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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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4화 혼을 손에 넣은 남자 건담 철혈의 오펀스

대화도, 명대사도 없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제44화 ‘혼을 손에 넣은 남자’는 엔딩 필름에까지 본편을 할애했지만 또 다시 전투 장면이 없었습니다. MS는 격납고에만 있었습니다. 2기 들어 4번째이며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14화 째입니다.

전투 장면이 없는 대신 서사의 밀도가 높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캐릭터 간에 주고받는 ‘대화’가 실종된 가운데 캐릭터 1인의 혼잣말이 주를 이뤘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이래 건담 시리즈는 캐릭터 간의 대화, 즉 말싸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왔습니다. 로봇 액션의 와중에 삽입되는 캐릭터 간의 논쟁은 숱한 명대사를 낳으며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고민해왔습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에서는 주인공 미카즈키부터 대화는커녕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합니다. 미카즈키 이외의 철화단의 캐릭터 중에서 ‘대화’가 가능한 이는 없습니다. 모두 올가의 충견들뿐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기는커녕 제 한 몸의 앞날조차 고민하지 않고 올가를 맹종합니다.

악역으로 자리 잡은 맥길리스의 언변도 영 시원치 않습니다. 미카즈키 앞에서 자신이 이식받은 아라야식 시스템에 비해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러닝 타임을 채우기 위한 공허한 수다에 지나지 않습니다. 각본가 오카다 마리의 능력으로 제시할 수 있는 서사가 빈곤하니 캐릭터가 혼잣말로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명대사 부재는 필연적입니다.

건담 시리즈의 샤아 역할 캐릭터는 궤변을 적절히 혼합해 인류의 미래를 운운하며 그럴 듯한 논리를 내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맥길리스는 개인적 증오에서 비롯된 불만을 300년 전 전통이라는 옛 권위에 의존해 해소하려는 소인배일 뿐입니다. 맥길리스를 비판하는 라스탈의 대사가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주인공 측의 논리가 빈약하고 적대 세력의 논리가 타당한 이상한 건담 시리즈입니다.

올가, 분노할 자격 없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맥길리스 및 철화단의 연합군이 아리안로드와 펼치는 대결이 ‘마지막 전투’라고 강조하며 시청자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아리안로드가 궤멸된다면 맥길리스와 철화단의 최후의 대결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맥길리스가 ‘다소의 피해’를 들먹이며 철화단의 인명 손실을 정당화하려 하자 올가는 맥길리스를 구타합니다. 제24화 ‘미래의 보수’에서 철화단 단원들의 목숨을 ‘(도박을 위한) 칩’으로 규정했던 올가는 맥길리스에게 분노를 표출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트라는 미카즈키에 고백하고 그로부터 선택을 받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것 외에는 비중이 없는 히로인은 삼각관계에서도 패배자가 되었습니다.

제45화 ‘이것이 최후라면’에는 건담 키마리스 비다르가 첫 등장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화 철과 피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화 발바토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화 산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화 목숨의 가격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5화 붉은 하늘의 저편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6화 그들에 관하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7화 고래잡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8화 다가서는 모습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9화 술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0화 내일로부터의 편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1화 휴먼 데브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2화 암초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3화 장송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4화 희망을 나르는 배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5화 발자국의 행방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6화 후미탄 아드모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7화 쿠델리아의 결의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8화 목소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19화 소원의 중력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0화 파트너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1화 돌아가야 할 곳으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2화 아직 돌아갈 수 없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3화 최후의 거짓말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4화 미래의 보수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5화 철화단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6화 새로운 피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7화 질투심의 와중에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8화 동트기 전의 싸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29화 출세의 방아쇠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0화 아브라우 방위군 발족식전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1화 무음의 전쟁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2화 벗이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3화 화성의 왕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4화 비다르 일어서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5화 깨어난 재앙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6화 더럽혀진 날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7화 크리세 방위전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8화 천사를 사냥하는 자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39화 조언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0화 타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1화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2화 뒤처리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3화 다다른 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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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 소수자의 불행한 운명, 환경 때문? 영화

※ 본 포스팅은 ‘문라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라이트(Moonlight)’는 마이애미 출신의 불우한 흑인 남성의 삶을 포착합니다. 타렐 알빈 맥크래니의 희곡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배리 젠킨스 감독이 각색해 영화화했습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은 주인공 샤이론과 동일한 마이애미 출신의 흑인입니다.

소수자 샤이론

샤이론은 철저한 소수자입니다. 인종은 흑인이며 성적 지향은 동성애자입니다. 성격적으로는 과묵하고 내성적입니다. 매춘과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홀어머니 폴라(나오미 해리스 분)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며 학교에서는 괴롭힘 당합니다.

‘문라이트’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i. Little’은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Little’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괴롭힘 당하는 초등학생 샤이론(알렉스 히버트 분)을 묘사합니다. 샤이론(Chiron)의 이름은 수줍음 많은(Shy) 그의 성격을 연상시킵니다. 각 장의 숫자를 대문자도 아닌 소문자 ‘i’로 표기한 것도 자신감이 결여된 샤이론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샤이론에 의지가 되는 존재는 마약상 후안(마허샬라 알리 분)과 후안의 연인 테레사(자넬 모네이 분)입니다. 두 사람은 샤이론의 부모 역할을 맡습니다.

후안은 원작 희곡의 제목과 동일한 대사 “달빛을 받으면 흑인이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샤이론에 말합니다.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흑인이 잠시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암시합니다. 마허살랴 알리의 카리스마는 ‘i. Little’을 주도합니다. 샤이론의 유일한 친구 케빈(제이든 파이너 분)도 도움이 됩니다.

2장 ‘ii. Chiron’에서는 10대의 샤이론(애쉬톤 샌더스 분)이 등장합니다. 후안은 사망한 뒤입니다. 후안의 사망 원인은 제시되지 않으나 마약 거래의 와중에 살해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샤이론의 어머니는 마약 중독으로 인해 구제불능이 됩니다. 케빈(자렐 제롬 분)은 해변에서 샤이론과 키스한 뒤 그를 오르가즘으로 이끕니다.

학교에서 테렐(패트릭 데실 분) 등에게 더욱 심하게 괴롭힘 당하던 샤이론은 분노가 폭발해 테렐을 수업 도중에 공격해 경찰에 체포됩니다.

두건과 식사 대접의 의미

3장 ‘iii. Black’에서는 교도소에서 출감한 이후 마약상이 된 성인 샤이론(트레반테 로즈 분)을 묘사합니다. 그는 고급 차량을 몰며 차내에 왕관 장식을 놓고 자신의 머리에는 두건을 써 생전의 후안을 빼닮습니다.

‘i. Little’에서 후안은 샤이론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샤이론의 성장 과정에서 친근했던 성인 남성은 후안 외에는 없었기에 롤 모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장의 제목 ‘Black’은 케빈이 어린 시절 샤이론을 부르던 별명이었으나 샤이론이 흑인 범죄자의 전형적 삶을 답습하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샤이론은 어머니와 케빈(안드레 홀랜드 분)을 만나러 갈 때는 두건을 벗습니다. 마약상인 자신의 처지를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그가 마약 중독자들을 지원하는 시설에 사는 어머니와 만난 뒤 돌아오는 장면에는 ‘Cucurrucucu Paloma’가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며 흑인 어린이들이 해변에서 달빛을 받으며 물놀이하는 장면이 오버랩 됩니다. 이는 결말에서 초등학생 샤이론이 달빛을 받으며 해변에 서 있는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모두 제목 ‘문라이트’ 및 후안의 대사와 연결되는 장면입니다.

‘문라이트’의 대미는 샤이론과 케빈의 10여 년만의 재회가 장식합니다. 케빈은 학창 시절 테렐에 가담해 샤이론을 구타했던 잘못을 사과합니다.

교도소를 다녀온 뒤 요리사가 된 케빈은 샤이론에게 자신의 요리를 대접합니다. ‘i. Little’에서 테레사가 샤이론에 대접하는 식사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누군가에게 밥을 해 먹이는 행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 우정 등의 호의를 상징합니다. 샤이론은 불량스런 이미지의 금니 틀니를 빼내고 케빈의 요리를 먹습니다. 그가 두건을 벗은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샤이론은 케빈에게 10대 시절 자신을 애무했던 케빈을 제외하면 누구도 자신을 만지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케빈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나지 못한 채 고독한 삶을 살아온 샤이론입니다. 전과자와 범죄자가 되고 근육질로 몸을 불려 강하게 보이고 싶었지만 섬세한 내면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운명론에 대한 질문

‘문라이트’는 운명론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일 샤이론이 백인으로 태어나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면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케빈 또한 전과자가 되었기에 우범 지대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의 삶은 엇비슷한 귀결 밖에 없는 것인가 싶습니다. ‘문라이트’는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적 장벽을 고발합니다.

어머니는 샤이론에게 마약상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샤이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샤이론 또한 후안과 마찬가지로 제명을 살지 못하는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점층적으로 망가지는 삶을 연기하는 나오미 해리스의 연기는 입체적입니다.

‘문라이트’는 얼굴 정면 클로즈업 장면이 유독 많습니다. 등장인물을 가운데 놓고 주변 배경은 흐릿하게 잡는 장면이 많아 영상이 전체적으로 깊고 무겁습니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도는 샤이론의 삶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롱테이크와 핸드 헬드도 상당 부분 활용되었습니다.

영화적 재미는 아쉬워

골든글러브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는 ‘라라랜드’, ‘핵소 고지’, ‘라이언’, ‘컨택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과 함께 2월 26일 거행되는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특히 ‘문라이트’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의 특정 지역의 지역성을 부각시키며 한 성인 남성의 불행한 삶을 포착해 묵직한 사실주의 소설을 방불케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라이트’는 주인공 본인의 잘못보다는 성장 환경으로부터 불행이 비롯된 반면 ‘맨체스터 바디 더 씨’는 주인공의 실수에서 불행이 비롯되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영화적 재미에서는 완급조절과 유머 감각이 엿보이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시종일관 무거운 ‘문라이트’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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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 여백 많고 불친절한 따로국밥 영화

※ 본 포스팅은 ‘퍼스널 쇼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명인 키라(노라 폰 발트슈테텐 분)의 의상 등을 조달하는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은 요절한 쌍둥이 오빠 루이스의 영혼과 접촉하려 합니다. 모린은 정체불명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퍼스널 쇼퍼’의 뜻

올리비에 아시야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퍼스널 쇼퍼’는 영매인 젊은 여성이 죽은 이의 영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묘한 사건을 묘사합니다. 제목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는 연예인 등 유명인을 위해 필요한 상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직업을 뜻합니다. 주인공 모린은 유명인 키라의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국경을 넘나들며 구매 대행하는 퍼스널 쇼퍼입니다.

퍼스널 쇼퍼는 자신이 구입하는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모린은 키라의 의상을 착용하며 금기를 깨뜨립니다. 정체불명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모린의 잠재된 욕망을 일깨웠기 때문입니다. 모린의 행동은 타인 혹은 유명인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본능으로 해석됩니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과도 관련지을 수도 있습니다.

살인사건

카르티에의 고급 액세서리를 구입해 키라의 집으로 향한 모린은 살해된 키라를 발견합니다. 경찰은 키라와 불륜 관계였던 잉고(라스 에이딩거 분)를 검거해 범행을 자백 받습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모린의 주변을 맴돌던 정체불명의 영혼은 모린 본인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즉 모린이 유체이탈을 통해 키라를 살해하고 잉고에 누명을 씌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호텔에서 엘리베이터와 로비의 자동문이 오가는 사람 없이도 개폐되는 장면을 통해 모린의 유체이탈은 암시됩니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한 대화와 행동은 모린의 자기 자신과의 게임이었던 셈입니다.

분위기-캐스팅 인상적

‘퍼스널 쇼퍼’는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올리비에 아사야스에 감독상을 선사했습니다. 호러 요소를 가미한 사이코 스릴러이지만 자극적인 고어 장면이나 말초적인 관객 놀라게 하기보다 우아하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한 것은 분명 장점입니다.

보이시하면서도 뇌쇄적인 눈매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적절한 캐스팅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연스러운 장면 연출을 위해 가슴 노출도 감행합니다. 허름한 캐주얼보다 고가의 튀는 의상까지 다양하게 소화해 눈요깃거리를 제공합니다. 미국인 여배우인 그녀를 프랑스 파리의 이국적 배경에 집어넣은 영상도 볼만합니다.

설정-서사 여백투성이

설정과 서사는 여백투성이입니다. ‘사랑과 영혼’, ‘식스 센스’ 등을 연상시키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잔뜩 벌려놓은 뒤 ‘결국 범인은 자기 자신이었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주인공이 곧 범인’이라는 결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에 다양한 복선을 깔되 관객으로 하여금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적절히 숨겨야 합니다. 각본이 탄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결말입니다. 하지만 ‘퍼스널 쇼퍼’의 설정과 서사는 구멍이 많습니다.

모린은 루이스와 살았던 빈집에서 옛 영혼과 접촉하며 루이스의 생전 연인 라라(시그리드 부아지즈 분)의 집에서는 루이스의 영혼도 잠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따지고 보면 서사 전체의 흐름과는 무관한 존재입니다. 110분으로 짧은 러닝 타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서사는 불친절합니다. 캐릭터와 설정이 따로 국밥입니다.

모린이 유로스타로 파리와 런던을 왕복하는 장면을 전후해서는 휴대전화 메신저 장면이 너무나 길게 삽입됩니다. ‘퍼스널 쇼퍼’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성립이 불가능한 영화입니다. 영혼이나 유령은 아날로그적 존재인데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스릴러라니 역설적입니다. 키라의 의상을 입은 모린의 자위행위 장면도 관습적이고 진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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