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4일
플래닛 테러 - 하드 고어 좀비 액션 코미디
고고 댄서 체리(로즈 맥고완 분)는 자신의 일에 넌덜머리를 내던 중 전 남자친구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분)와 제이티(제프 파헤이 분)의 바비큐 하우스에서 만나게 됩니다. 체리는 레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DC-2 가스에 감염된 좀비들에게 한쪽 다리를 잃게 됩니다.미국에서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와 함께 상영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는, ‘데쓰 프루프’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 B급 영화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필름 열화, 사운드 오류, 탈색 등 다양한 효과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좀비라는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의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집단 주인공의 액션이나 과장된 하드 고어는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지저분하며 잔혹합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면 되었던 ‘데쓰 프루프’와 마찬가지로, ‘플래닛 테러’ 역시 산 사람의 몸을 물어뜯고, 가슴을 열어젖혀 갈비뼈와 내장을 노출하며, 머리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잔혹한 장면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극단적으로 폭력적이기에 도리어 즐겁고 경쾌합니다. 따라서 여름 블록버스터의 틈바구니에 묻혀 조용히 개봉되었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양성애자 여성이 벌이는 부부싸움이나 바비큐 소스 비법에 관한 천착은 내러티브와는 무관하지만 생뚱맞고 유치하기에 B급 정서를 추구한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플래닛 테러’보다 앞서 제시되는 가짜 예고편 ‘마세티’ 역시 황당하면서도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모녀를 동시에 품에 안는 영웅 마세티는 대니 트레조가 분했는데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전작 ‘스파이 키드’에도 등장했던 캐릭터입니다.
코미디와 좀비물에 액션을 뒤섞었기에 ‘플래닛 테러’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전작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데쓰 프루프’의 감독이자,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절친한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출연은 그가 관객에게 품도록 만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는데, 고전 여배우를 끌어다 수다를 떨더니 결국 여자를 밝히다 비참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최후를 맞이합니다. 오프닝 크레딧에는 이름이 없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상당한 비중으로 출연하며, 조쉬 브롤린과 마이클 빈 같은 중견 배우들의 진지하게 망가지는 연기도 흥밋거리입니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주인공 체리 역의 로즈 맥고완입니다. ‘데쓰 프루프’에서도 팸으로 출연했던 그녀는 오프닝부터 범상치 않은 춤으로 시선을 끌더니 결국 왼쪽 다리에 기관총을 끌어다 붙인 기발한 기믹으로 출연해 좀비들을 학살합니다. 이처럼 통쾌한 장면을 종반에나 가야 볼 수 있다는 점이 감질 날 정도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라는 소재에 대해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쉬’에서 볼 수 있었던 철학적 고뇌는 말끔히 무시한 채, 만화적인 폭력이 선사할 수 있는 유머와 쾌락에 집중합니다.
씬 시티 - 만화와 느와르의 혼성 잡종
# by | 2008/07/04 10:01 | 영화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