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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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추리소설 뛰어넘은 사랑이야기

※ 본 포스팅은 ‘용의자 X의 헌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잡지 ‘올 요미모노’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에 걸쳐 연재한 ‘용의자 X’를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이혼녀 야스코의 전 남편 토가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추리소설입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범행을 저지른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은 초반에 살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살인자가 누구인지, 살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합니다. 대신 살인자인 야스코를 도와 범행을 은폐한 천재 수학 교사 이시가미가 범행을 어떻게 은폐한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풀어나갑니다.

이시가미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것은 ‘갈릴레오’라는 별명의 천재적인 물리학과 준교수 유카와입니다. 대학 시절 친구인 두 주인공의 이름은 상당히 암시적입니다. ‘이시가미(石神)’는 돌(石)처럼 냉정한 성품을 지닌 동시에 수학의 신(神), 즉 천재임을 의미하고 유카와의 이름인 ‘마나부(学)’는 유카와가 천성적으로 탐구하며 파고들기 좋아하는 교수임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유카와의 친구인 형사 쿠사나기를 비롯한 경찰은 야스코와 이시가미의 알리바이의 허점을 공략하는데 집중하지만 정작 이시가미는 범행 은폐를 위해 더욱 치밀한 또 하나의 범죄를 준비했음이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애당초 간결하며 쉬운 문체로 인해 손쉽게 읽히지만 이시가미의 자수로부터 시작되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남은 100여 페이지의 몰입도는 대단합니다. 이시가미가 새로운 범죄라는 패러다임으로 경찰을 농락했듯이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이시가미의 천재적인 발상을 활용해 독자를 농락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면 이시가미가 범행을 계획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가 되는 야스코와의 첫 만남 장면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것입니다.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하기 직전 이시가미가 이웃에 이사 온 야스코 모녀와 만나게 되어 자살을 포기했다는 설명인데 이시가미가 야스코 모녀와 만나기 전 신세를 극단적으로 비관했음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 다소 작위적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일본 경찰은 용의자의 휴대 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하지 않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건을 전후해 야스코의 휴대 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했다면 경찰은 보다 손쉽게 사건을 해결했을 것입니다. 이시가미의 트릭으로 활용된 지문은 전 국민이 지문을 날인하는 한국에서는 결코 사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용의자 X’는 이시가미를,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용의자 X’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헌신’은 그가 꾸민 범죄를 의미하는데 그야말로 ‘헌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합니다. 사랑을 위해 흉악범인 살인자뿐만 아니라 저열한 스토커임을 자처하는 이시가미의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헌신은 놀랍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결국 사랑이야기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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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여행] 아무리 쓸어도 소용없다 일상의 단상

청두를 여행하며 흥미로웠던 것은 어딜 가나 길바닥을 열심히 쓸고 있는 미화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국은 지저분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일신하기 위해서인지 무후사, 두보초당, 팬더 기지와 같은 관광지는 물론, 인민공원과 같은 무료로 개방되는 공원과 시가지 인도에서도 미화원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쓸기만 해서는 거리가 깨끗해질 수는 없습니다. 청두의 거리를 더럽히는 주범은 비질로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래침과 개똥입니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청두에는 가래침을 칵칵 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쓰레기통이나 화단에 뱉는 것도 아니고 인도 한복판에 마구 뱉습니다. 겨울이 건조해 눈비를 구경하기 힘든 청두에서 시민들이 뱉은 가래침은 인도에 그대로 눌러 붙습니다.

큼지막한 개들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전혀 목줄을 하지 않아 아무데나 어슬렁거리며 용변을 봅니다. 개주인이 나타나 용변을 치우는 일은 없습니다. 가로수 주변에 용변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도 한복판에서도 개똥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가래침과 개똥을 밟지 않으랴 횡단보도 녹색등에 파고드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피하랴 거리를 걸을 때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더불어 목줄을 하지 않은 개는 개를 무서워하는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 :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는 청두의 환경 미화원. 하지만 비질만으로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차량용 도로는 물청소를 합니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물청소차가 청두에도 존재하는데 인도 가까이의 차선만 주로 물청소하는 서울과 달리 청두의 물청소차는 차도 전부를 물청소합니다. 하지만 차도는 인도와 달리 물청소만으로는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달리는 차들이 커다란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입니다. 번화가 춘시루(春熙路)에서는 대낮에 차창을 열고 도로 한복판에 빈 깡통을 내던지는 승용차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지저분한 화장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비싼 입장료를 받는 팬더 기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의 화장실은 지저분했습니다. 거리 곳곳에 공중화장실이 많은 것은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반갑지만 위생 상태는 매우 불량했습니다.

인터넷 사진으로 널리 알려져 악명 높은 문이 없거나 옆 칸과 벽이 없이 트인 대변기는 없었으며 거의 모든 대변기가 수세식이었지만 쪼그려 앉아 볼 일을 보는 대변기가 대부분이며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는 양변기는 공항 정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공항에서 양변기는 장애인용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공항을 제외한 청두 시내의 일반적인 화장실에서 장애인이 용변을 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화장실의 구조 또한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변기에는 앞에 가림막이 있어 소변이 변기 너머로 튀는 것을 막아주는데 청두의 화장실은 변기 주변 사방이 모두 트여 있어 소변이 마구 튑니다. 쉽게 지저분해지는 구조인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문을 향해 얼굴을 보고 앉게 되어 있지만 청두는 엉덩이가 문을 향하는 구조인 것도 달랐습니다. 쉽게 지저분해지는 구조를 지닌 화장실을, 거리처럼 열심히 청소하지 않고 방치해두니 더욱 지저분해기 마련입니다.

공항과 입장료를 부담해야 하는 관광지를 제외하면 공중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습니다. 대신 화장실 입구에 직원이 앉아 휴지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처럼 화장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휴지를 팔아 충당하는 듯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식당도 화장실만큼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한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 화장실에 들러 식욕을 잃게 되는 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10년 전 2002 월드컵을 개최하며 대대적으로 화장실을 개량하며 화장실 문화를 바꾼 바 있어 그 전까지 지하철역을 비롯한 공중 화장실은 상당히 지저분했는데 중국의 화장실 문화가 언제쯤 바뀔지는 의문입니다. 중국인들의 위생에 대한 관념이 근본적으로 희박해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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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 성장, 잔혹한 재탄생 영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보육원에 사는 시릴(토마 도레 분)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독신 여성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 분)에게 주말마다 보살핌을 받습니다. 사만다 덕분에 아버지가 팔아치운 자전거를 되찾은 시릴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 재회하지만 냉대에 충격을 받습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2011년 작 ‘자전거 탄 소년’은 무책임하며 몰염치한 홀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춘기 초입의 소년 시릴의 좌충우돌을 묘사합니다. 시릴은 헌신적인 주말 위탁모 사만다의 속을 썩이며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다 결국 범죄에 연루되기까지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만다와 착한 친구 무라드(유세프 티베르카닌 분)에게는 냉정하면서도 자신에게 무심한 아버지 기(제레미 레니에 분)와 자신을 이용하려는 범죄자 웨스(에돈 디 마테오 분)를 따르는 시릴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밉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 시릴이기에 영화 중반을 넘어설 즈음에는 안타까움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전거 탄 소년’은 성장이란 매우 잔혹한 통과의례임을 새삼 일깨웁니다.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제시되기 때문이 아니라 시릴이 처한 상황이 매우 잔혹하기 때문입니다. 시릴은 성장을 위해 죽을 고비까지 넘겨야만 합니다.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신파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한 서사를 묵직한 연출을 통해 등장인물들과 거리를 두면서 비극성을 심화시킵니다. 수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은 롱 테이크로 처리되었으며 배경 음악의 삽입도 최소화합니다. 컷 수를 줄여 기교를 부리지 않은 편집은 우직하고 담백한 서사를 돋보이게 해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접하는 듯합니다. 단순하기에 더욱 강렬합니다. 휴대 전화라는 21세기적 소품과 잠시 등장하는 콘솔 게임기를 제외하면 고전 리얼리즘 흑백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의문은 왜 사만다가 시릴의 위탁모를 자청해 금전적, 정신적 부담을 지는 것인가, 이지만 시릴로부터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도 사만다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동침하는 남자친구보다 더욱 소중히 여기며 막대한 금전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릴을 포기하지 않는 사만다의 모습은 신화적인 모성과도 같지만 정작 그녀의 내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객은 사만다의 심리를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붉은 반팔 티셔츠와 붉은색 트랙 저지가 암시하듯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시릴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사만다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서 시릴이 그녀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시릴이 가장 즐기는 자전거 타기를 사만다가 함께 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시릴과 사만다의 ‘데이트’는 무라드 가족을 불러 함께 하는 저녁의 바비큐 파티로 완결되는데 시릴은 바비큐 파티를 위해 예상치 않은, 험난한 고난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가사(假死) 상태의 시릴을 깨운 반전의 원인은 사만다로부터의 전화벨 소리(시릴이 소지한 휴대 전화 역시 사만다가 사준 것입니다.)로 시릴이 각성해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 재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포착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성장의 한 고비를 넘어 사만다를 진정 소중히 여기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해피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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